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78
어제:
14,234
전체:
5,885,906

이달의 작가
2013.05.24 02:25

책이 있는 방

조회 수 489 추천 수 5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이 있는 방


이월란(2013-5)


아무와도 닮지 않은 거울 앞에서
무뇌한 공기는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
경악할 일도 감동할 일도 없는
활자들은 문장이 되지 못한다

책장을 넘기던 사람들은
죽어갈 때만 한 줄씩의 문장을 남긴다
결코 거래되지 못할 유작만을 꽂아두는
바람의 손가락은 빠르다

편집되지 못한 두 입술로
율법처럼 서 있는 당신을 보았을 때
나는 우상을 베고 누운 이단자가 되고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었다

내가 개입되자마자 함정이 파이던
모호한 풍경들을 읽어내기 위해
화려한 세간처럼 횡설수설 꽂힌 기억들
사실이 아닌 것만을 곱씹어 먹고 배가 불러 온
대가로 나의 변기는 지금도 향기롭다

정밀한 수단은 모조리 헛것이어서
속옷을 벗고 입는 소리만 누워 있는 침실 안에
차라리 빛나는 기교들이 숨어 있었다
방충망에 걸린 날벌레는
달작지근한 과육의 높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게 진즉 깔렸던 무수한 복선들은
현란한 화술로도 해명될 수 없어
나를 체처럼 받치고 걸러진 모든 오자들을 엮어
치밀어 오르는 침묵의 활자를
모국어처럼 읽으려 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7 영문 수필 Historical Development of Korean Language 이월란 2014.05.28 9661
1456 영문 수필 Korean Dialects 이월란 2014.05.28 1854
1455 영문 수필 Love in the Humanities College of Humanities 이월란 2014.05.28 42342
1454 열쇠 이월란 2013.05.24 513
1453 칭기즈칸 이월란 2013.05.24 566
1452 가나다라 천사 이월란 2013.05.24 571
1451 제3시집 가을 학기 이월란 2013.05.24 833
» 책이 있는 방 이월란 2013.05.24 489
1449 식물인간 이월란 2013.05.24 482
1448 세월 3 이월란 2013.05.24 459
1447 미로학습 이월란 2013.05.24 414
1446 영문 수필 The Background of the Nazis’ Racial Ideology 이월란 2013.05.24 3477
1445 영문 수필 Goodbye, Children 이월란 2013.05.24 11362
1444 영문 수필 The Reader 이월란 2013.05.24 559
1443 영문 수필 History of the Holocaust: an Overview 이월란 2013.05.24 918
1442 영문 수필 Badenheim 1939 이월란 2013.05.24 1825
1441 영문 수필 Silence 이월란 2013.05.24 520
1440 영문 수필 A Definition of “the Faith” in Winter Light 이월란 2013.05.24 1422
1439 영문 수필 Existentialism in The Martyred 이월란 2013.05.24 866
1438 영문 수필 Divine Comedy 이월란 2013.05.24 533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