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4
어제:
219
전체:
5,030,139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0:11

호접몽(胡蝶夢)

조회 수 453 추천 수 4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호접몽(胡蝶夢)



                                                                          이 월란




진종일 애벌레가 되어 꿈틀대던 난
해가 지면 나비가 되어요
하지만 엇갈린 운명은 이운 날개에 악몽처럼 촘촘히 깃들어
숙명같은 태양광선 없인 날지 못하는 것이 나비랍니다
먹빛구름 가득한 밤하늘마저 날지 못해
풀잎 뒤에 몸피를 숨기고 찬이슬에 비늘털이 흠뻑 젖어도
빗치를 기다리는 애절한 더듬질 헉하지도 못하고,
태양의 아침이 솟아오르면 애벌레가 된다는 자신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죠
매일밤 날지 못하는 나비가 되어 어둠을 먹고, 별빛을 살라 먹고
생채 잃은 날개짓에 머물러 퍼덕거리는 힘겨운 비행으로
체절(體節)마다 저민 페로몬 가루 오선지 위에 뿌리면
홀로 떠나는, 미몽(迷夢) 찾아 떠나는 새벽길, 흩날리는 사랑가루만
음표가 되어 두 가슴 사이를 나비처럼 날아다니죠
처절한 운명을 깔고 누운 자리에 사금파리같은 아침햇살이
아프도록 찔러오면 가슴날개 접어 다시 애벌레가 되는
꿈길 같은 삶 속에서

                                                                      2007-04-01




* 호접몽(胡蝶夢) : 나비에 관한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중국의 장자(莊                    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접몽, 호접지몽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 제1시집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5.08 399
21 제1시집 부를 수 없는 이름 이월란 2008.05.08 402
20 제1시집 너의 이름은 이월란 2008.05.09 402
19 제1시집 수화(手話) 이월란 2008.05.09 409
18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17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16 제1시집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5.09 415
15 제1시집 부음(訃音) 이월란 2008.05.09 428
14 제1시집 한글교실 이월란 2008.05.07 441
13 제1시집 무통분만실 이월란 2008.05.08 444
12 제1시집 별리동네 이월란 2008.05.07 446
11 제1시집 울초 이월란 2008.05.08 450
»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53
9 제1시집 마음의 거리(距離) 이월란 2008.05.08 484
8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7 제1시집 푸쉬킨에게 이월란 2008.05.07 510
6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5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4 제1시집 세월이여 내 사랑만은 이월란 2008.05.07 537
3 제1시집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이월란 2008.05.07 5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