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胡蝶夢)
이 월란
진종일 애벌레가 되어 꿈틀대던 난
해가 지면 나비가 되어요
하지만 엇갈린 운명은 이운 날개에 악몽처럼 촘촘히 깃들어
숙명같은 태양광선 없인 날지 못하는 것이 나비랍니다
먹빛구름 가득한 밤하늘마저 날지 못해
풀잎 뒤에 몸피를 숨기고 찬이슬에 비늘털이 흠뻑 젖어도
빗치를 기다리는 애절한 더듬질 헉하지도 못하고,
태양의 아침이 솟아오르면 애벌레가 된다는 자신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죠
매일밤 날지 못하는 나비가 되어 어둠을 먹고, 별빛을 살라 먹고
생채 잃은 날개짓에 머물러 퍼덕거리는 힘겨운 비행으로
체절(體節)마다 저민 페로몬 가루 오선지 위에 뿌리면
홀로 떠나는, 미몽(迷夢) 찾아 떠나는 새벽길, 흩날리는 사랑가루만
음표가 되어 두 가슴 사이를 나비처럼 날아다니죠
처절한 운명을 깔고 누운 자리에 사금파리같은 아침햇살이
아프도록 찔러오면 가슴날개 접어 다시 애벌레가 되는
꿈길 같은 삶 속에서
2007-04-01
* 호접몽(胡蝶夢) : 나비에 관한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중국의 장자(莊 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접몽, 호접지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