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움길
이 월란
오늘도 온종일 사랑을 밟고 다녔습니다
밟으면 길이 되는 인적 없는 산 속에
부식(腐蝕)되지도 못하는 그리움의 길
또 하나 닦아 놓았나 봅니다
비알진 삶의 구릉
방기된 약속이 죽은 고엽처럼 켜켜이 누워
충전되지 못한 심정은 밀랍으로 빚은 미라가 되어
가보지도 못한 사하라 사막에 잠자고 있습니다
박제된 사랑에 가끔씩 빛깔없는 산소를 품어주며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나를 봅니다
땅 두께만한 그 심장에서 팔딱임이 감지된 것은
애 졸은 내 심장소리의 결너비인 것을 압니다
자막 없는 제3국어의 관객 없는 영화는
아직도 상영 중입니다
200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