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다발지역(工事多發地域)
이 월란
오늘도 누군가 한쪽 귀퉁이를 파헤쳐 놓았다
초꼬슴부터 잘 좀 할 것이지, 시도 때도 없이 <공사중> 패목은
이제 그 길의 함자가 되어버렸다.
거탈은 멀쩡한데 왜 제꺽하면 이렇게 파헤쳐지는건지 오리무중이다
무언가 흘러야 할 것이 흐르지 못하고 있는게다
어딘가 뚫어져야 할 곳이 막혀 있는게다
무언가 조여져야 할 곳이 헐거워져 있는게다
조악한 영(靈)의 개염으로 막혀버린 목숨관
지칠 줄 모르는 욕기의 돌덩이가 헤살을 부리는 생명줄
욱기의 녹이 잔뜩 슬어버린 이성과 의집(意執)의 나사들
지름길을 밝혀 늘 추월을 시도하는 충혈된 눈
손바닥만한 가슴, 어쩌면 이리도 끝도 없이 파젖혀져야만 할까
길찬 여로(旅路)의 비바람에 다 헤져버린 보람판
사람들은 날 보고 짜증을 내고 있다
욕지기를 실은 경적 소리가 혼미하다
공사중일 땐 막히는게 당연하다는 걸
공사중일 땐 돌아가야 한다는 걸
공사중일 땐 기다려야만 한다는 걸 잊었을까
내 이마빼기에 붙어있는 현판을 더 선명하게 적어놓아야 한다
---정체, 우회, 유예(猶豫)에 대한 예기요망---
<공사다발지역>
오늘도 난 공사중이다
2007-04-04
* 초꼬슴 : 어떤 일을 하는 데서 맨 처음
* 거탈 : 실상이 아닌, 다만 겉으로 드러난 태도
* 개염 : 부러워하며 샘하여 탐내는 마음
* 욱기 : 참지 못하고 앞뒤 헤아림 없이 격한 마음이 불끈 일어나는,
사납고 괄괄한 성질
* 보람판 : 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