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6
어제:
288
전체:
5,021,767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44

당신, 웃고 있나요?

조회 수 302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신, 웃고 있나요?


                                                                   이 월란




사람들은 아파서 웃어요
내가 아파보니 웃음이 나더군요
내가 서러워보니 웃음이 나더군요
많이 많이 울고 나면 그 때서야 비로소 웃음이 나더군요


욕망이 타고 남은 재가 아파서 웃었고
여기저기 긁히는 소리, 한 입안에 마주하고도 엇갈리는 이빨처럼
사람들이 부딪히는 그 금속성의 소리가 소름끼쳐 웃었고
무지했음에 더욱 용감해졌음이 아파서 웃었고
끝을 봐야 부서져내리는 교만의 파편들이 아파서 웃었고
페이퍼 컷(paper cut)처럼 묘하게 신경 건드리는 어리석음이 아파서 웃었고
클로즈업 되어 오는 운명의 손길이 두려워서도 차라리 웃었지요


이제 운명의 수술대 위로 나를 들어 올리세요
나의 교만이 오를 차례인가요?
나의 탐욕이 오를 차례인가요?
나의 위선이 오를 차례인가요?
나의 위증이 오를 차례인가요?


자, 나를 가르세요
생리혈로 매장된 앙큼한 생명들 미리 미리 긁어내어 주시고
단무지같은 노란 본능의 살점, 순수의 알콜로 소독된 메스로 저며주세요
생후 7일 전의 무통의 단계에서 목을 조르시고
자라나는 악령의 싹들을 뿌리채 뽑아 주세요


반토막이 잘려나가도 독선의 배앓이로 꿈틀대는 벌레처럼
상처 위에 소금 뿌려대는 운명의 손으로
완강히 저항하는 어깨를 골반 아래로 주저 앉혀 주세요


사람들은 아파서 웃어요
사는게 아프대요


인육(人肉)에 맛들인 운명의 혀로
오늘도 저 천진한 하루해를 동에서 서로 간단히 옮겨 놓으세요
우린 순한 양처럼 일어나고 잠자며
푸른 잔디 위에서 대본 없는 연기를 오늘도 출중히 감당해 낼테니까요


박수를 쳐 주세요
저 배부른 창고 안에서 운명의 장난감이 째깍째깍 태엽을 감고 있잖아요


당신, 웃고 있나요?

                                                                          2007-07-11




?

  1. 모놀로그 서문/ 황금찬

    Date2016.08.15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64
    Read More
  2. 모놀로그 / 표4글, 시인의 말

    Date2016.08.15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34
    Read More
  3. Date2008.05.10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38
    Read More
  4. 바람서리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30
    Read More
  5. 동굴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40
    Read More
  6. 바람의 길 2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47
    Read More
  7.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21
    Read More
  8. 바람의 길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78
    Read More
  9. 삶은 계란을 까며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415
    Read More
  10.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75
    Read More
  11. 살아도 거기까지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22
    Read More
  12. 파일, 전송 중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69
    Read More
  13. 새벽길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290
    Read More
  14. 당신, 웃고 있나요?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02
    Read More
  15. 꿈길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15
    Read More
  16. 들꽃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04
    Read More
  17. 오줌소태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81
    Read More
  18. 어떤 진단서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300
    Read More
  19. 동대문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485
    Read More
  20. 파도

    Date2008.05.09 Category제1시집 By이월란 Views29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