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0
어제:
133
전체:
5,032,189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2:58

심발지진

조회 수 321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심발지진


                                                               이 월란




비가 내린다
가엾게만 떠돌던 열기들이 가슴을 식히는 찬기에 놀라
진앙의 하늘을 찢어 놓고 울음이 터졌다
한 뼘 한 뼘 모아 둔 천상의 기운를 몰고 와
창마다 고개 내민 가슴들을 뒤흔든다
홀로 가진 못하겠단다
기억의 줄을 타고 내린 가슴 한 귀퉁이에 지진파를 놓고
심상의 밭에 내린 추회의 닻은 사선으로 줄금을 내리긋는다
흉골의 축답 변두리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되었다
망각의 응력은 저 소리만 들어도 힘없이 풀어지게 된다
기억의 지반이 서서히 교차되고 지층은 갈라져 어긋나버린다
현실과 꿈의 해안선이 점점이 함몰되고                  
면억의 전답은 땅울림에 산붕으로 내려 앉는다
비는 그렇게 진동에 몸을 맡긴 넋마다 심발지진을 일으키고
거세된 굉음을 싣고, 열등한 영조물과 연약한 땅을 싣고,
매장된 지하파이프가 터지면 고뇌의 진갈색 수액마저 삼키며
망각의 선로를 꺾어, 현실의 지평선을 휘어,
고독의 못에 목탄 그리움 휘휘 저어가며  
무너져 내리는 유혼들을 그렇게 싣고 간다
잔잔한 빗소리로 능청맞게도 저렇게 떠내려간다
우두망찰 가슴을 내어 준 빈 몸들 멍하니 남겨두고
혼절한 사령(邪靈)들을 싣고 샛강의 물소리 삼키며
외면의 손짓도 없이
하늘의 눈물이 되어 떠내려간다
땅의 눈물이 되어 떠내려간다
사랑이 찾아오던 날의 그 아름다운 혼돈으로
사랑이 떠나가던 날의 그 빙하의 찬 가슴으로    
                                      
                                                              2007-06-0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제1시집 그대 내게 다시 올 때에 이월란 2008.05.07 702
81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80 제1시집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이월란 2008.05.07 544
79 제1시집 세월이여 내 사랑만은 이월란 2008.05.07 537
78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77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76 제1시집 푸쉬킨에게 이월란 2008.05.07 510
75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74 제1시집 마음의 거리(距離) 이월란 2008.05.08 484
73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53
72 제1시집 울초 이월란 2008.05.08 450
71 제1시집 별리동네 이월란 2008.05.07 446
70 제1시집 무통분만실 이월란 2008.05.08 444
69 제1시집 한글교실 이월란 2008.05.07 441
68 제1시집 부음(訃音) 이월란 2008.05.09 428
67 제1시집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5.09 415
66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65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64 제1시집 수화(手話) 이월란 2008.05.09 409
63 제1시집 부를 수 없는 이름 이월란 2008.05.08 40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