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6
어제:
133
전체:
5,032,205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2:58

심발지진

조회 수 321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심발지진


                                                               이 월란




비가 내린다
가엾게만 떠돌던 열기들이 가슴을 식히는 찬기에 놀라
진앙의 하늘을 찢어 놓고 울음이 터졌다
한 뼘 한 뼘 모아 둔 천상의 기운를 몰고 와
창마다 고개 내민 가슴들을 뒤흔든다
홀로 가진 못하겠단다
기억의 줄을 타고 내린 가슴 한 귀퉁이에 지진파를 놓고
심상의 밭에 내린 추회의 닻은 사선으로 줄금을 내리긋는다
흉골의 축답 변두리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되었다
망각의 응력은 저 소리만 들어도 힘없이 풀어지게 된다
기억의 지반이 서서히 교차되고 지층은 갈라져 어긋나버린다
현실과 꿈의 해안선이 점점이 함몰되고                  
면억의 전답은 땅울림에 산붕으로 내려 앉는다
비는 그렇게 진동에 몸을 맡긴 넋마다 심발지진을 일으키고
거세된 굉음을 싣고, 열등한 영조물과 연약한 땅을 싣고,
매장된 지하파이프가 터지면 고뇌의 진갈색 수액마저 삼키며
망각의 선로를 꺾어, 현실의 지평선을 휘어,
고독의 못에 목탄 그리움 휘휘 저어가며  
무너져 내리는 유혼들을 그렇게 싣고 간다
잔잔한 빗소리로 능청맞게도 저렇게 떠내려간다
우두망찰 가슴을 내어 준 빈 몸들 멍하니 남겨두고
혼절한 사령(邪靈)들을 싣고 샛강의 물소리 삼키며
외면의 손짓도 없이
하늘의 눈물이 되어 떠내려간다
땅의 눈물이 되어 떠내려간다
사랑이 찾아오던 날의 그 아름다운 혼돈으로
사랑이 떠나가던 날의 그 빙하의 찬 가슴으로    
                                      
                                                              2007-06-0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53
81 제1시집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5.08 399
80 제1시집 해빙기(解氷期) 이월란 2008.05.09 345
79 제1시집 한글교실 이월란 2008.05.07 441
78 제1시집 핑계 이월란 2008.05.09 320
77 제1시집 플라네타륨의 꽃 이월란 2008.05.09 294
76 제1시집 푸쉬킨에게 이월란 2008.05.07 510
75 제1시집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5.09 344
74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73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72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71 제1시집 침략자 이월란 2008.05.09 271
70 제1시집 질투 이월란 2008.05.08 381
69 제1시집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5.09 394
68 제1시집 중신(中身)의 세월 이월란 2008.05.09 294
67 제1시집 중독---詩들의 병동에서 이월란 2008.05.09 329
66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65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64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63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