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
어제:
298
전체:
5,023,806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22

사육

조회 수 324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육


                                                                                       이 월란



입양을 했을까, 사냥을 했을까, 새끼를 친 적도 없는데
후미진 구석마다 짐승들이 기거한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스산한 바람소리같은
늑대, 여우, 사자, 살모사, 삵쾡이, 스캉크...... 모두 모두 사이좋게도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몸 밖으로 뛰쳐나오려 호시탐탐 노리고들 있다
휙 돌아보면 두 발자국에 깔려 있을 때도, 가슴을 할퀴고 달아나버릴 때도 있다
이제야 말이지만, 육신의 우리 안에 개미새끼 한 마리 키우지 않는 인간을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아주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일수록 언뜻 언뜻 눈빛마다 작은 짐승들이
뛰쳐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는 내놓고 자랑하기를,
자기는 잡다한 종류의 시시껄렁한 짐승들 보다는 작은 편도 아닌
자기 체구보다 훨씬 거대한 공룡 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난 그를 존경해마지 않을 수 없었다.


불빛에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그것들은 이목구비나 손발짓을 통해
어떻하든 몸 밖으로 뛰쳐나와 거리마다 널부러져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난 옆구리 터진 순대처럼 널부러져 있는 사체 한 구를 보았다
지난 밤 어둠 속에서 차에 치어 객사를 한 것이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식별하기조차 힘들었다
<저런 장면 처음 봐?> 두 눈은 외면하는데 가슴은 자꾸만 기억해 내고 있다
내 안에 있던 짐승임이 틀림없다.

                                                            
                                                                                     2008-01-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76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75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74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73 제2시집 노을 2 이월란 2008.06.26 204
72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05
71 제2시집 가등 이월란 2008.05.10 206
70 제2시집 자해 이월란 2008.09.01 207
69 제2시집 통성기도 이월란 2008.05.10 212
68 제2시집 추월 이월란 2008.07.05 214
67 제2시집 분신 이월란 2008.08.13 217
66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65 제2시집 외로움 벗기 이월란 2008.06.01 225
64 제2시집 사이클론 이월란 2008.05.10 226
63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62 제2시집 김칫독을 씻으며 이월란 2008.06.03 228
61 제2시집 동거 이월란 2008.08.12 235
60 제2시집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5.10 236
59 제2시집 이월란 2008.08.09 236
58 제2시집 실종 이월란 2008.07.22 23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