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5
어제:
463
전체:
5,065,505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22

사육

조회 수 327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육


                                                                                       이 월란



입양을 했을까, 사냥을 했을까, 새끼를 친 적도 없는데
후미진 구석마다 짐승들이 기거한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스산한 바람소리같은
늑대, 여우, 사자, 살모사, 삵쾡이, 스캉크...... 모두 모두 사이좋게도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몸 밖으로 뛰쳐나오려 호시탐탐 노리고들 있다
휙 돌아보면 두 발자국에 깔려 있을 때도, 가슴을 할퀴고 달아나버릴 때도 있다
이제야 말이지만, 육신의 우리 안에 개미새끼 한 마리 키우지 않는 인간을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아주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일수록 언뜻 언뜻 눈빛마다 작은 짐승들이
뛰쳐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는 내놓고 자랑하기를,
자기는 잡다한 종류의 시시껄렁한 짐승들 보다는 작은 편도 아닌
자기 체구보다 훨씬 거대한 공룡 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난 그를 존경해마지 않을 수 없었다.


불빛에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그것들은 이목구비나 손발짓을 통해
어떻하든 몸 밖으로 뛰쳐나와 거리마다 널부러져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난 옆구리 터진 순대처럼 널부러져 있는 사체 한 구를 보았다
지난 밤 어둠 속에서 차에 치어 객사를 한 것이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식별하기조차 힘들었다
<저런 장면 처음 봐?> 두 눈은 외면하는데 가슴은 자꾸만 기억해 내고 있다
내 안에 있던 짐승임이 틀림없다.

                                                            
                                                                                     2008-01-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1 제2시집 홍시 이월란 2008.05.10 323
350 제2시집 사랑 4 이월란 2008.05.10 261
349 외출 이월란 2008.05.10 281
348 눈(雪) 이월란 2008.05.10 285
» 제2시집 사육 이월란 2008.05.10 327
346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656
345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10 314
344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275
343 제2시집 등라(藤蘿) 이월란 2008.05.10 347
342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331
341 촛불잔치 이월란 2008.05.10 365
340 백일장 심사평 이월란 2008.05.10 287
339 제2시집 밤의 초음파 이월란 2008.05.10 311
338 제로섬(zero-sum) 이야기 이월란 2008.05.10 390
337 이월란 2008.05.10 242
336 제2시집 나쁜 詩 이월란 2008.05.10 268
335 별리동네 2 이월란 2008.05.10 369
334 불씨 이월란 2008.05.10 267
333 제2시집 문신 이월란 2008.05.10 349
332 Step Family 이월란 2008.05.10 260
Board Pagination Prev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