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캠*
이 월란
자, 열 한 시간이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렴
마음을 샅샅이 찍어서 이 모니터로 보내줘야 해
가슴 모퉁이마다 왜 파란 슬픔들은 호수처럼 고여 사는건지
사철 내내 눈 내리는 산 하나 왜 늘 품고 사는건지
사악한 세포들은 왜 지치지도 않고 터를 닦고 집을 짓는건지
그들의 정체를 오늘은 밝혀내고야 말겠어
도대체 어떤 화상들이 들어 앉아 있길래 마음은
플레어치마처럼 바람만 불어도 훌러덩 뒤집어지는건지
저 간사한 수작들을 파헤치는거야, 그들의 교신을 이제 막는거야
왜 한번씩 누룩 먹은 밀가루처럼 간땡이는 붓는건지
왜 멀쩡한 쓸개는 한번씩 사라져 쓸개 빠진 짓을 하게 만드는건지
왜 심심하면 푸줏간 진열장에 달린 홍등처럼 심장은 달아오르는건지
붉은 혈기 웅켜잡은 마음의 갱도를 바르집는 스파이가 되어 주는거야
전신으로 전이되고 있는 암종들의 뿌리를 뽑는거지
묵시의 횡포를 폭로하는거야, 오늘은
2008-02-03
* 미로캠 : 순수 한국기술로 만든 일명 <먹는 내시경>
세계에서 가장 작은(지름 11mm, 길이 24mm) 캡술형 내시경으로
11시간 동안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아픈 부위를 찍어 모니터로
전송하며 사용이 끝나면 대변을 통해 빠져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