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초음파
이 월란
밤은
또 하나의 생명을 품고 누운 산모의 초음파 사진같아
거대한 태아같은 어둠의 뼈마디마다
삼천갑자를 돌아온 별빛들이 칠보단장을 하고
못다 뱉은 설법으로 지상의 들창마다 집을 짓지
차렵이불 아래 하루해를 탕진한 가슴들을 향해
더불어 밤을 칭얼대고 있지
밤은
흰자위 숨겨진 태아의 검고 슬픈 눈동자 같아
오로라 핀 산정엔
급조된 인연들의 염문이 뿌려지고
밤의 심장부엔
세파에 해고당한 꿈이 팔딱팔딱 숨을 거두지
실어증을 유발하는
매캐한 밤의 유전자를 따라가면
까만 목티를 입은 어둠의 혈관을 따라
깜빡깜빡 불 밝힌 비행기가 목선처럼 떠가고
태아의 둘레 어디쯤에 혓바늘처럼 돋아나
*피꼬알 선 초로의 가슴들, 가슴들
밤의 혈맥 사이로 반야의 넝쿨을 타고
꿈 먹은 어둠이 태동을 시작하면
무통분만실같은 새벽창마다 신음 한줄기 없이
지평선을 찢고 붉은 햇덩이
태중의 모습으로 불쑥불쑥 태어나겠지
2008-01-15
* 피꼬알 선 : 피가 충혈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