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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22

사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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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이 월란



입양을 했을까, 사냥을 했을까, 새끼를 친 적도 없는데
후미진 구석마다 짐승들이 기거한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스산한 바람소리같은
늑대, 여우, 사자, 살모사, 삵쾡이, 스캉크...... 모두 모두 사이좋게도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몸 밖으로 뛰쳐나오려 호시탐탐 노리고들 있다
휙 돌아보면 두 발자국에 깔려 있을 때도, 가슴을 할퀴고 달아나버릴 때도 있다
이제야 말이지만, 육신의 우리 안에 개미새끼 한 마리 키우지 않는 인간을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아주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일수록 언뜻 언뜻 눈빛마다 작은 짐승들이
뛰쳐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는 내놓고 자랑하기를,
자기는 잡다한 종류의 시시껄렁한 짐승들 보다는 작은 편도 아닌
자기 체구보다 훨씬 거대한 공룡 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난 그를 존경해마지 않을 수 없었다.


불빛에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그것들은 이목구비나 손발짓을 통해
어떻하든 몸 밖으로 뛰쳐나와 거리마다 널부러져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난 옆구리 터진 순대처럼 널부러져 있는 사체 한 구를 보았다
지난 밤 어둠 속에서 차에 치어 객사를 한 것이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식별하기조차 힘들었다
<저런 장면 처음 봐?> 두 눈은 외면하는데 가슴은 자꾸만 기억해 내고 있다
내 안에 있던 짐승임이 틀림없다.

                                                            
                                                                                     200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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