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5
어제:
183
전체:
5,020,606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22

사육

조회 수 324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육


                                                                                       이 월란



입양을 했을까, 사냥을 했을까, 새끼를 친 적도 없는데
후미진 구석마다 짐승들이 기거한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스산한 바람소리같은
늑대, 여우, 사자, 살모사, 삵쾡이, 스캉크...... 모두 모두 사이좋게도 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몸 밖으로 뛰쳐나오려 호시탐탐 노리고들 있다
휙 돌아보면 두 발자국에 깔려 있을 때도, 가슴을 할퀴고 달아나버릴 때도 있다
이제야 말이지만, 육신의 우리 안에 개미새끼 한 마리 키우지 않는 인간을
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아주 고상한 척 하는 사람들일수록 언뜻 언뜻 눈빛마다 작은 짐승들이
뛰쳐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는 내놓고 자랑하기를,
자기는 잡다한 종류의 시시껄렁한 짐승들 보다는 작은 편도 아닌
자기 체구보다 훨씬 거대한 공룡 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난 그를 존경해마지 않을 수 없었다.


불빛에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그것들은 이목구비나 손발짓을 통해
어떻하든 몸 밖으로 뛰쳐나와 거리마다 널부러져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난 옆구리 터진 순대처럼 널부러져 있는 사체 한 구를 보았다
지난 밤 어둠 속에서 차에 치어 객사를 한 것이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식별하기조차 힘들었다
<저런 장면 처음 봐?> 두 눈은 외면하는데 가슴은 자꾸만 기억해 내고 있다
내 안에 있던 짐승임이 틀림없다.

                                                            
                                                                                     2008-01-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251
76 제2시집 진주 이월란 2008.05.10 297
75 제2시집 미망 (未忘) 이월란 2008.05.10 271
74 제2시집 가을나목 이월란 2008.05.10 380
73 제2시집 타임래그 (timelag) 이월란 2008.05.10 308
72 제2시집 꿈의 투사들이여 이월란 2008.05.10 352
71 제2시집 비행정보 이월란 2008.05.10 245
70 제2시집 곱사등이 춤 이월란 2008.05.10 370
69 제2시집 목소리 이월란 2008.05.10 252
68 제2시집 문신 이월란 2008.05.10 348
67 제2시집 나쁜 詩 이월란 2008.05.10 265
66 제2시집 밤의 초음파 이월란 2008.05.10 305
65 제2시집 등라(藤蘿) 이월란 2008.05.10 343
» 제2시집 사육 이월란 2008.05.10 324
63 제2시집 사랑 4 이월란 2008.05.10 258
62 제2시집 홍시 이월란 2008.05.10 315
61 제2시집 詩똥 이월란 2008.05.10 316
60 제2시집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5.10 253
59 제2시집 노을 1 이월란 2008.05.10 309
58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