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1
어제:
184
전체:
5,020,656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6.08.15 08:05

알래스카

조회 수 10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알래스카

 

이월란

  

 

자유가 끊임없이 내리는 핸들 앞에

ALASKA 번호판이 끼어든다

오래전, 군용비행기에 실려 잠시 날개 접었던 곳

군 기지 휴게실 창밖으로 보이는 랭겔 산맥의 눈은

트랩이 닿지 않는 하늘처럼 하얗고 높았다

백인과 피가 섞인 여름에 잡은 물고기를

호호 불며 이글루 속에서 동면하는

알류트족의 이 아닌

지루했던 십대의 방황처럼

지도 위에 없는 낯선 도시, 낯선 활주로를 달린다

알래스칸이 모는 알래스카를 따라간다

언젠가는 사라질 베링 육교를 타고 시베리아로 달린다

꿈처럼 낮아지고 또 낮아진 해수면 위로

매머드를 좇는 홍적세의 인간처럼

다져진 새 땅을 밟고 아메리카로 걸어 온

나는 빙하의 생물

빙하빙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웅대한 기억의 크루즈는

초저공비행도 가능하지, 우회 항행도 가능하지

제트 엔진이 읽어내는 기억의 데이터는 끝이 없어

작은 섬 버리고 큰 섬으로 온 뜨거운 정수리를 이고

예감 없이 차선을 바꿔버린 나는 저체온증의 알래스칸

질주하는 기억 속으로 멀어져가는 저 에스키모를
따라가기엔 한 발 늦었다

늘 놓쳐버리고서야 뒤돌아보던, 그 눈부시게 시린 것들

초음파 심도계 같은 오른발이 누르는 가속페달로

기억의 간선도로 위

교통량이 적설량처럼 부쩍 느는 시간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순백을 품고 누워

나는 한동안 백야로 접어들겠다


?
  • ?
    Chuck 2016.08.15 11:32
    Stay tune..

    "https://www.youtube.com/embed/7Fu3xlT0BRE"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 제3시집 세컨드 랭귀지 이월란 2009.12.09 375
37 제3시집 詩人과 是認 그리고 矢人 이월란 2010.01.11 380
36 제3시집 이 남자 이월란 2010.01.13 400
35 제3시집 개같은 3(견공시리즈 54) 이월란 2010.02.15 388
34 제3시집 이월란 2010.02.21 391
33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32 제3시집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이월란 2010.02.28 380
31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47
30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86
29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75
28 제3시집 눈물의 城 이월란 2010.09.06 375
27 제3시집 GI 신부 이월란 2010.09.06 493
26 제3시집 새 4 이월란 2010.11.24 312
25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51
24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23 제3시집 공항대기실 3 이월란 2010.12.14 349
22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40
21 제3시집 감염자 이월란 2011.01.30 441
20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19 제3시집 인형의 눈 이월란 2011.09.09 49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