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1
어제:
2,352
전체:
5,185,225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6.08.15 08:05

알래스카

조회 수 134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알래스카

 

이월란

  

 

자유가 끊임없이 내리는 핸들 앞에

ALASKA 번호판이 끼어든다

오래전, 군용비행기에 실려 잠시 날개 접었던 곳

군 기지 휴게실 창밖으로 보이는 랭겔 산맥의 눈은

트랩이 닿지 않는 하늘처럼 하얗고 높았다

백인과 피가 섞인 여름에 잡은 물고기를

호호 불며 이글루 속에서 동면하는

알류트족의 이 아닌

지루했던 십대의 방황처럼

지도 위에 없는 낯선 도시, 낯선 활주로를 달린다

알래스칸이 모는 알래스카를 따라간다

언젠가는 사라질 베링 육교를 타고 시베리아로 달린다

꿈처럼 낮아지고 또 낮아진 해수면 위로

매머드를 좇는 홍적세의 인간처럼

다져진 새 땅을 밟고 아메리카로 걸어 온

나는 빙하의 생물

빙하빙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웅대한 기억의 크루즈는

초저공비행도 가능하지, 우회 항행도 가능하지

제트 엔진이 읽어내는 기억의 데이터는 끝이 없어

작은 섬 버리고 큰 섬으로 온 뜨거운 정수리를 이고

예감 없이 차선을 바꿔버린 나는 저체온증의 알래스칸

질주하는 기억 속으로 멀어져가는 저 에스키모를
따라가기엔 한 발 늦었다

늘 놓쳐버리고서야 뒤돌아보던, 그 눈부시게 시린 것들

초음파 심도계 같은 오른발이 누르는 가속페달로

기억의 간선도로 위

교통량이 적설량처럼 부쩍 느는 시간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순백을 품고 누워

나는 한동안 백야로 접어들겠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51 영시 Fall Revolution 이월란 2016.08.16 36797
1550 영시 A Witness 이월란 2016.08.16 142
1549 영시 A Freeway on a Cloudy Day 이월란 2016.08.16 5224
1548 영시 A Winter Hairtail 이월란 2016.08.16 134
1547 영시 A Snail Day 1 이월란 2016.08.16 97
1546 영시 A Toby's Confession 이월란 2016.08.16 79
1545 영시 Guinea Pig Arbeit 이월란 2016.08.16 12067
1544 영시 Someone is Cancelling Me 1 이월란 2016.08.16 218
1543 영시 E.R. God 이월란 2016.08.16 106176
1542 영시 Dealings 이월란 2016.08.16 123
1541 영시 A Secret 이월란 2016.08.16 88
1540 영시 Dead End 이월란 2016.08.16 218
1539 영시 Kiabai 이월란 2016.08.16 103
1538 영시 Crying 이월란 2016.08.16 125
1537 영시 The First Kiss 이월란 2016.08.16 97
1536 영시 A Full Belly 이월란 2016.08.16 174753
1535 영시 Lasik 이월란 2016.08.16 3366
» 제3시집 알래스카 1 이월란 2016.08.15 134
1533 영시집 The Reason / The Author, About the publishers 이월란 2016.08.15 22363
1532 제3시집 오래된 단서 / 해설 (유성호) file 이월란 2016.08.15 1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나눔고딕 사이트로 가기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