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모어가 자라고 있는
신비로운 뭍으로 가고 싶을 때마다
죽은 말들을 화석에 새긴다
엄마의 혀로도
나는
아직도 나를 발음하지 못하는데
바람의 뒤태를 한 줄기씩 감아쥐면
닳고 닳은 해안 따라
귀청을 때리는 바다의 말
돌아보니 뿌리 깊은 섬
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어느 섬인들 그리운 뭍이 없을까
아침 해가 떠오르면
따라서 둥둥 떠 있는 혀
2016년 7월
이월란
[표4글]
이월란 시편의 핵심에는 ‘자아’와 ‘시’와 ‘사랑’의 문제가 가득 출렁이고 있다. 그녀의 시편은 자기 탐구와 시적 자의식 그리고 사랑의 서정이 가득한 세계로서, 구체적 경험의 매개가 없이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고유한 속성을 두루 구유(具有)하고 있다. 근대의 이면을 꿰뚫는 디오니소스적 혜안을 줄곧 작법의 원리로 택하면서 그녀는 현실에서의 근원적 사라짐의 속성을 시에서의 탈환 과정으로 완성해간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가장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시간 경험을 아름답게 그려 보여준다. 그 근원적 속성을 그녀는 자기 탐구와 타자 사랑의 시 쓰기 과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이 마치 시인으로서 가야 할 실존적 도정이자 불가피한 존재 이유라는 듯이 말이다. 그 길이 참으로 애잔하고 융융하고 아스라하게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