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0
어제:
288
전체:
5,021,701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0.02.21 07:15

언어의 섬

조회 수 470 추천 수 4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언어의 섬



이월란(10/02/19)



핀 어 같은 해저의 암호가 떠오른 것이다
바다가 결코 해독해내지 못하는
무성필름에, 새겨진 자막처럼 떠 있어
절망의 정부처럼 거적을 쓰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독설만 먹고도 가라앉지 않는 이 눈부신 부력
감추고 싶은 바다의 하체가 가슴까지 떠오른 것이다
결박당한 물의 사슬들이 밤새워 끊어지는 소리
허구의 영토를 적시고 또 적시는 것이다
미친 해풍이 뒤통수를 후려치더라도
길 잃은 바람의 신호등처럼 간간이 피어 있는
섬꽃들은 뭍이 그립지도 않은 것이다
자객처럼 뛰어드는 통통배 한 척 없어도
격랑의 발언조차 그늘의 영토가 되는 무인의 섬
바람이 물 위를 걸어와 전설 한 마디씩 던져주고 가는데
멀어지는 넋도 한 번씩 뒤척여 보는 흙의 몸이 되고파
바다의 음부가 유방처럼 솟아 오른 것이다
두려워라, 고립되어버린 질탕한 이 자유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처럼
파도가 말을 걸어와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가 말을 걸어와도 대답이 없다
꽃의 철망이 자라는 유배지는 밤마다 별빛의 축배를 들고
바다가 뜯기는지 섬이 뜯기는지
출렁이던 비극이 딱지처럼 앉아 있는 이 자리
한 번씩 수정된 알들을 바다 깊숙이 빠뜨리면
부서져 돌아오는 이름, 이름들 사이로
바다 속 섬아기들이 열매처럼 자라는 소리
수평선을 잘라 만든 문장들이
하늘과 바다를 다시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멸종당한 물고기들이 환생하는 쥐라기의 바다처럼
바다의 탈을 쓰고 두근두근 밤새 춤추는 섬
매일 아침 백지로 눈을 뜨는 것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제3시집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722
57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44
56 제3시집 구두의 역사 이월란 2009.09.29 531
55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54 제3시집 마루타 알바 이월란 2009.06.17 506
53 제3시집 인형의 눈 이월란 2011.09.09 498
52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51 제3시집 GI 신부 이월란 2010.09.06 493
50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48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61
47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51
46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49
45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47
44 제3시집 감염자 이월란 2011.01.30 441
43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40
42 제3시집 목격자 이월란 2009.09.16 435
41 제3시집 수선집 여자 이월란 2008.10.12 403
40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39 제3시집 이 남자 이월란 2010.01.13 40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