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46
어제:
267
전체:
5,024,300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3.05.24 02:26

가을 학기

조회 수 311 추천 수 6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학기


이월란(2013-5)


낙엽이란 과목을 선택했다
꽃들의 후일담을 읽어도
왜 떨어져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바람이 안고 쓰러지는 계절이
활짝 핀 계절보다 더 눈부신 이유는
곧 떨어질 것임을 알기 때문이라

세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한 움큼의 알약을 m&m처럼 삼킨 아이가
위세척을 받은 병실에서
엄마의 눈 속에 내리는 계절

떨어진다는 모든 것들을 단숨에
외워버린 후에도 뿌리는 정답을 품고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

히브리어에 능통한 교수가
겨울의 강을 건너기 위해 허공을 헤엄치는
낙엽의 비극을 홀로코스트처럼 증언한다

정년을 넘기고도 퇴직하지 않은 나무 아래
사람들은 죽은 잎들을 모아 태우며
침묵의 하늘을 향해 번제를 드리고 있다

구둣발 아래 울고 있는 계절
무성하게 죽은 것들이 사람의 길을 쓰다듬고
늙은 캠퍼스 하늘나무에도 단풍이 든다

마디 없는 어린 소녀의
마른 나뭇가지 같은 삶 위로
꽃은 언제 피었다고 벌써 떨어지고 있는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제3시집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722
57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44
56 제3시집 구두의 역사 이월란 2009.09.29 531
55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54 제3시집 마루타 알바 이월란 2009.06.17 506
53 제3시집 인형의 눈 이월란 2011.09.09 498
52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51 제3시집 GI 신부 이월란 2010.09.06 493
50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49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48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61
47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51
46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49
45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47
44 제3시집 감염자 이월란 2011.01.30 441
43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40
42 제3시집 목격자 이월란 2009.09.16 435
41 제3시집 수선집 여자 이월란 2008.10.12 403
40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39 제3시집 이 남자 이월란 2010.01.13 40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