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7
어제:
230
전체:
5,030,073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09.05.30 02:20

오수(午睡)의 나라(견공시리즈 5)

조회 수 417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수(午睡)의 나라(견공시리즈 5)



이월란(09/05/29)
  



나의 뼈들은 마디마디 도사리고 있었다
십자를 떠받치느라 직각으로 굽은 힘줄마다 핏대가 서 있었다
나를 어미로 점지해버린 완애의 미물 한 점, 뼈있는 내 무릎에 누워
뼈가 없다, 흐물흐물 어린 강이 범람하고 있다
파문 한겹 두르지 않은 물처럼 고여 있다
순도 높은 증류액이 머무는 사라진 뼈의 길
세상의 어느 한 구석도 궁금치 않은 부동의 실재
무의 리듬을 복원하는, 원초적 시간이 흐르는 등뼈 없는 등을 쓸어내리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던 태초의 시간들을
다 잃고 난 후의 종말의 시간들을
반인반마의 케이론이 놓아준 시간들을 숨쉬고 있다
이 작은 생명체로 인해 소환되어진 나의 천국은 지금 복원 중이다
시작과 끝으로 멀어져버린 나의 시간은 지금 서로 응답하고 있다
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자연을 솎아 내어버린 인공의 세월을 버리고
나의 고등한 시간은 하등의 완전무결한 평화를 기웃거리고 있다
도사려 까칠했던 가시 품은 시간들이 풀잎처럼 눕고 있다
꽃가루가 증발하는 순도 백퍼센트의 평화
흔들어도 눈을 뜨지 않는다, 무아의 계단을 오르고 있는 네 발 짐승의 꿈
꼬물꼬물 번식 중인 정온이 나를 장악하고 있다
재채기 같은 귀여운 폭발물이 숨어있지나 않은지 나의 몸을 탐색해 보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를 예측할 수 있는 고등동물이길 원치 않는다
허망한 생존의 정치를 은퇴하고 현란한 욕망의 영토를 떠난다
벗겨질 날을 향해 껍질이 되어가는 육신은 창밖의 거리를 지우고 있다
내 과거의 알리바이는 지금 석방 중이다
꽃의 이데올로기를 숭배하던 나의 국적은 지금 말소 중이다
오수의 꿈속에서 한평생 녹지 않는 첫눈의 하얀 심장으로
나의 무릎 위에서 뛰고 있는 애완의 숨소리는
필터에 걸러지고 있는 데시벨 제로의 고요
귀가 쫑긋쫑긋, 자족하는 우주에게 인사를 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 견공 시리즈 동거의 법칙(견공시리즈 69) 이월란 2010.06.07 690
123 견공 시리즈 큰 가슴, 작은 가슴(견공시리즈 55) 이월란 2010.02.15 581
122 견공 시리즈 지진이 났다(견공시리즈 60) 이월란 2010.04.13 514
121 견공 시리즈 토비, 천연 스모키 화장의 진수를 보여주다(견공시리즈 52) 이월란 2010.01.11 496
120 견공 시리즈 짝사랑(견공시리즈 11) 이월란 2009.08.13 492
119 견공 시리즈 안녕, 엘리2 (견공시리즈 91) 이월란 2011.03.18 491
118 견공 시리즈 날아라 엘리(견공시리즈 89) 이월란 2011.01.30 490
117 견공 시리즈 아무도 몰라요(견공시리즈 72) 이월란 2010.06.28 489
116 견공 시리즈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이월란 2009.09.29 488
115 견공 시리즈 이별 연습(견공시리즈 86) 이월란 2010.12.14 477
114 견공 시리즈 IQ 와 EQ(견공시리즈 4) 이월란 2009.05.30 474
113 견공 시리즈 휘파람(견공시리즈 43) 이월란 2009.10.14 458
112 견공 시리즈 애완(견공시리즈 85) 이월란 2010.12.14 453
111 견공 시리즈 악의 꽃(견공시리즈 21) 이월란 2009.09.04 451
110 견공 시리즈 그 분의 짜증(견공시리즈 59) 이월란 2010.03.22 444
109 견공 시리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견공시리즈 119) 이월란 2012.04.10 444
108 견공 시리즈 안녕 코코(견공시리즈 114) 이월란 2012.01.17 443
107 견공 시리즈 제3자의 착각(견공시리즈 83) 이월란 2010.10.29 438
106 견공 시리즈 노래하는 똥(견공시리즈 84) 이월란 2010.11.24 438
105 견공 시리즈 씹어야 맛(견공시리즈 112) 이월란 2011.10.24 43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