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
오정방
짧을 때보다 밤이 5시간이나 더 긴 동짓날
속까지 다 시원할 동치미를 곁들여
저녁상에 팥죽 한그릇 별미로 올라왔다
설탕을 조금 뿌릴까 말까 하다가
몸에 이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올라온 그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맛이 없지 않았다
맛이 참 좋다고는 말하였으나
새 맛에 길들여진 내 혀 탓인가
어린시절에 먹어 보았던 기억 속의
그런 꿀같은 맛은 아닌듯 싶었다
팥죽 속에 틈틈이 박혀 있던 새 알심은
벌써 부화해서 모두 어디로 날아 갔는지
별로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재료도 틀리지 않고 색깔도 비슷한데
옛날과 같은 그 맛은 결코 아니었다
몇 숫갈 뜨기도 전에 갑자기
오래 전 돌아가 다시 손맛을 볼 수 없는
참 인자하셨던 울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2005. 1. 5>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4 | 현대시 | 걷는자만이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오정방 | 2015.08.17 | 110 |
403 | 현대시 | 겨울의 문턱에서 | 오정방 | 2015.09.10 | 367 |
402 | 현대시 | 결코 사람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 오정방 | 2015.09.12 | 52 |
401 | 현대시 | 겸손과 교만 사이 | 오정방 | 2015.09.01 | 43 |
400 | 현대시 | 경술국치庚戌國恥 100주년! | 오정방 | 2015.09.16 | 91 |
399 | 현대시 | 계곡의 멜로디 | 오정방 | 2015.08.25 | 56 |
398 | 현대시 | 고국방문 | 오정방 | 2015.09.15 | 13 |
397 | 현대시 | 고국방문을 마치고 | 오정방 | 2015.09.15 | 26 |
396 | 현대시 | 고독이란 | 오정방 | 2015.09.10 | 61 |
395 | 현대시 | 고드름 | 오정방 | 2015.08.25 | 61 |
394 | 현대시 | 고향에 가면 | 오정방 | 2015.09.15 | 133 |
393 | 현대시 | 고향유정故鄕有情 | 오정방 | 2015.08.17 | 39 |
392 | 현대시 | 고향의 꿈 | 오정방 | 2015.08.13 | 24 |
391 | 현대시 | 고향의 맛,미역국 | 오정방 | 2015.09.15 | 287 |
390 | 현대시 | 고향의 숨결 | 오정방 | 2015.09.15 | 35 |
389 | 현대시 | 골무 | 오정방 | 2015.09.12 | 64 |
388 | 현대시 | 공항 대합실 | 오정방 | 2015.08.12 | 129 |
387 | 현대시 | 곶감 | 오정방 | 2015.09.16 | 84 |
386 | 현대시 | 과부寡婦, 함부로 부르지 마라 | 오정방 | 2015.08.17 | 128 |
385 | 현대시 | 과삼공칠過三功七 | 오정방 | 2015.09.24 |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