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
오정방
짧을 때보다 밤이 5시간이나 더 긴 동짓날
속까지 다 시원할 동치미를 곁들여
저녁상에 팥죽 한그릇 별미로 올라왔다
설탕을 조금 뿌릴까 말까 하다가
몸에 이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올라온 그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맛이 없지 않았다
맛이 참 좋다고는 말하였으나
새 맛에 길들여진 내 혀 탓인가
어린시절에 먹어 보았던 기억 속의
그런 꿀같은 맛은 아닌듯 싶었다
팥죽 속에 틈틈이 박혀 있던 새 알심은
벌써 부화해서 모두 어디로 날아 갔는지
별로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재료도 틀리지 않고 색깔도 비슷한데
옛날과 같은 그 맛은 결코 아니었다
몇 숫갈 뜨기도 전에 갑자기
오래 전 돌아가 다시 손맛을 볼 수 없는
참 인자하셨던 울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2005. 1. 5>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36 | 이장시조 | 사랑이 없다하면 | 오정방 | 2015.08.17 | 198 |
| 235 | 현대시 | 입춘소식 | 오정방 | 2015.08.17 | 96 |
| 234 | 이장시조 | 인비친서人秘親書 | 오정방 | 2015.08.17 | 179 |
| 233 | 이장시조 | 천만부당지설千萬不當之說 | 오정방 | 2015.08.17 | 242 |
| 232 | 풍자시 | 겁나는 심부름센터 | 오정방 | 2015.08.17 | 135 |
| 231 | 현대시 | 과부寡婦, 함부로 부르지 마라 | 오정방 | 2015.08.17 | 185 |
| 230 | 현대시 | 안개낀 아침 | 오정방 | 2015.08.17 | 85 |
| 229 | 현대시조 | 거울보기 | 오정방 | 2015.08.17 | 162 |
| 228 | 현대시 | 첫눈은 아직 오시지 않고 | 오정방 | 2015.08.17 | 157 |
| 227 | 현대시 | 첫눈이 오시려나 보다 | 오정방 | 2015.08.17 | 110 |
| 226 | 풍자시 | 무슨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지… | 오정방 | 2015.08.17 | 154 |
| » | 현대시 | 동짓날 팥죽 | 오정방 | 2015.08.17 | 141 |
| 224 | 신앙시 | 돌아온 탕자 이야기 | 오정방 | 2015.08.17 | 360 |
| 223 | 현대시 | 걷는자만이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오정방 | 2015.08.17 | 162 |
| 222 | 신앙시 | 창조주의 뜻을 헤아리며 | 오정방 | 2015.08.17 | 91 |
| 221 | 현대시 | 갈등葛藤 | 오정방 | 2015.08.17 | 108 |
| 220 | 현대시 | 무욕無慾 | 오정방 | 2015.08.13 | 113 |
| 219 | 현대시 | 기심己心 | 오정방 | 2015.08.13 | 98 |
| 218 | 현대시 | 독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 오정방 | 2015.08.13 | 143 |
| 217 | 현대시 | 석별惜別 | 오정방 | 2015.08.13 | 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