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
오정방
짧을 때보다 밤이 5시간이나 더 긴 동짓날
속까지 다 시원할 동치미를 곁들여
저녁상에 팥죽 한그릇 별미로 올라왔다
설탕을 조금 뿌릴까 말까 하다가
몸에 이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올라온 그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맛이 없지 않았다
맛이 참 좋다고는 말하였으나
새 맛에 길들여진 내 혀 탓인가
어린시절에 먹어 보았던 기억 속의
그런 꿀같은 맛은 아닌듯 싶었다
팥죽 속에 틈틈이 박혀 있던 새 알심은
벌써 부화해서 모두 어디로 날아 갔는지
별로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재료도 틀리지 않고 색깔도 비슷한데
옛날과 같은 그 맛은 결코 아니었다
몇 숫갈 뜨기도 전에 갑자기
오래 전 돌아가 다시 손맛을 볼 수 없는
참 인자하셨던 울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2005. 1. 5>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4 | 현대시 | 옛동네 그 골목길 | 오정방 | 2015.09.01 | 95 |
243 | 현대시 | 딸기를 따면서 | 오정방 | 2015.09.01 | 41 |
242 | 현대시 | 하지夏至 | 오정방 | 2015.09.01 | 15 |
241 | 현대시 | 우리들의 어머니, 아내를 위한 헌시獻詩 | 오정방 | 2015.09.01 | 238 |
240 | 현대시 | 행복은 성격순이다 | 오정방 | 2015.09.01 | 102 |
239 | 현대시 |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면 | 오정방 | 2015.09.01 | 67 |
238 | 현대시 | 태평양을 바라보며 | 오정방 | 2015.09.01 | 65 |
237 | 현대시 | 어느 친구를 위한 12가지 기도 | 오정방 | 2015.09.01 | 133 |
236 | 현대시 | 늘always | 오정방 | 2015.09.01 | 25 |
235 | 현대시 | 어머니의 허리 | 오정방 | 2015.09.01 | 74 |
234 | 현대시 | 행복한 아침 | 오정방 | 2015.09.01 | 150 |
233 | 현대시 | 정치가와 정치꾼 사이 | 오정방 | 2015.09.01 | 85 |
232 | 현대시 | 장례식장에서 내 모습을 본다 | 오정방 | 2015.09.01 | 173 |
231 | 현대시 |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 오정방 | 2015.09.01 | 115 |
230 | 현대시 | 에스페란토Esperanto | 오정방 | 2015.09.01 | 62 |
229 | 현대시 | 겸손과 교만 사이 | 오정방 | 2015.09.01 | 44 |
228 | 현대시 | 지게 | 오정방 | 2015.09.01 | 115 |
227 | 현대시 | 에델바이스 | 오정방 | 2015.09.01 | 108 |
226 | 현대시 | 자가自家 붕어빵 | 오정방 | 2015.09.01 | 59 |
225 | 현대시 | 마중물 | 오정방 | 2015.09.01 | 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