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줄 김태수
삐딱이와 바름이
나의 삐딱함이 당신을 더 아름답게 한다
꿀림 없는 나의 무모함에 당신 어리둥절하겠지만
몸매 가꿈 잊고 땀 흘리며 사는 거친 일손들에게
팔등신 황금비율 뽐내며 활보하는 당신 위해
나는 찡그린 얼굴 거침없이 내민다
내가 일상에서 당신 만날 때
다정하게 대해 주질 않는 당신 위해
만나지 못할 똑바른 평행선 달리며
무시해야만 하는 당신 안일 위해
나는 째려보는 눈길 날카롭게 건넨다
반듯한 당신 만들기 위해
당신 잘난 잣대로 얼마나 많은 조각 만들었는지
당신 칼질로 얼마나 잘린 조각들 쓰레기 되었는지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켜온 당신의 똑바름 앞에
나는 꿰매고 풀어야 할 쌓인 실타래 마음껏 꺼내놓는다
바름 끼리 부딪치는 감당 못할 살기殺氣 다음엔
알아서 기는 굽은 등 밟고 서 있는 당신이 똑바름인 것을
당신의 잘린 아픔까지 껴안고
비스듬히 비켜서서 똑바로 끊어버리는
나의 삐딱함
시
2012.01.10 10:17
삐딱이와 바름이[맑은누리문학 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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