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성 / 가을
왜 강물이
어둠 속으로 흐르는가
왜 사람들은
저벅이며 못 올 길을 가는가
어릴 적
잠 설치던 상념들이
눈도 아닌
비도 아닌
진눈깨비로 흩뿌리는 날
왜 계절은
투명한 봄물이었다
얼음 서걱이는 강물이었다
젊음의 숨소리를 유배당하고
가뭄의 갯벌처럼
마디마디 주름만 걸쳤을까
스치는 행인 속
훔쳐본 내 모습이
가슴 절절 맴도는 날
바람 같은
실비 같은
진눈깨비 속에서도
갈 길 선명해
눈물이 핑 도는 날.
★ 홍인숙(Grace)의 인사 ★
흔적 / 크로아티아의 집시
흔적 / 드브로브닉 성벽에서
흔들리는 나뭇잎새에도 우주가 있다
화관무
행복한 날
행복이라는 섬
해 저문 도시
한밤중에
한 알의 약에 거는 기대
하늘의 방(房)
하늘
하늘
풍경 (風磬)
풀잎
패시피카의 안개
키 큰 나무의 외침
침묵이 필요했던 날
침묵
축복의 관점
첫눈 내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