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의 문학서재




오늘:
8
어제:
47
전체:
458,126


2010.09.23 04:33

스무 살의 우산

조회 수 1229 추천 수 158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m_morning_PhotoFree_127423391348.gif


   

   스무 살의 우산 / 홍인숙(Grace)


 

   비오는 날은

   빈 길을 걸어도 외롭지 않다

   누군가 나를 향해

   손 흔들며 걸어올 것 같은 설레임


   스무 살의 우산 속

   그에게 빗물이 되고 싶었다

   빗물로 젖어드는 향기가 되고 싶었다

   발아래 고여드는 빗물에 발걸음 꼭꼭 찍어가며

   그도 빗물처럼

   내 안을 적시며 스며들기를 원했다


   우산 속 단 한마디 기억도 없이

   우산을 부딪치던 빗방울 소리와

   가슴 울리던 설렘만으로

   꽃잎 하늘거리는 그리움을 가슴에 품었다


   지구 반을 돌아 먼 곳에서

   내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 닮은 아이들 속에서 저물었듯

   그도 어느 착한 여인을 아내로 두고

   그녀 닮은 아이들 속에서 조용히 저물겠지


   비오는 날은

   세상 모든 헤어진 사람들이 돌아와

   거리를 서성인다

   색색의 우산들이 머리 가득

   잿빛 하늘을 이고 서성인다


   세상이 말갛게 지워지고

   내 사랑의 기억이 지워지고

   내가 지워질 것 같은 서늘함


   스무 살 내 눈부신 우산이

   거리에 비를 맞고 서 있다



?
  • ?
    홍인숙(Grace) 2015.07.27 13:49
    최삼용(바브) (2011-04-13 23:25:56)v01.gif 
    우연잖게 돌고돌아 발길 멎은 곳,,
    다소곳한 시향기 웅크리고 앉아 바람을 정처삼아 흩도는
    시인님의 글터에 4월 햇볕 꼿혀 쏟아지는 날
    몇편의 시를 허기채우 듯 음미하고 갑니다
     
    그레이스 (2011-04-29 12:36:34)
    v01.gif 
    살면서 점점 더 '인연'이란 것에 집착하게 됩니다.
    먼 곳을 찾아주시고, 아름다운 시심까지 남겨주셔서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 ?
    홍인숙(Grace) 2015.08.05 16:33
    그레이스 (2004-10-09 12:06:43)v01.gif 
    '스무 살의 우산'은
    수년 전에 쓴 시이지만 왠지 부끄러워 발표를 안 하고 있다가
    제 2 시집 '내 안의 바다'에 수록하였습니다.
    저의 시벗 노희주 시인이 시집을 받곤
    이 시가 제일 끝까지 마음에 남아있다고 하여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영상에 담아 올렸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홍인숙(Grace)의 인사 ★ 1 그레이스 2004.08.20 1601
179 그대 요술쟁이처럼 홍인숙 2002.11.21 423
178 가을 엽서 홍인숙 2002.11.26 351
177 가을 그림자 홍인숙 2002.11.26 356
176 나목(裸木)의 외침 홍인숙 2002.11.26 366
175 기다림이 있다는 것은 홍인숙 2002.12.02 335
174 비상(飛翔)의 꿈 홍인숙 2002.12.02 293
173 연등(燃燈)이 있는 거리 홍인숙 2002.12.09 328
172 가을비 홍인숙 2002.12.09 375
171 겨울밤 홍인숙 2002.12.09 368
170 꽃이 진 자리 홍인숙 2002.12.13 481
169 겨울 장미 홍인숙 2002.12.25 399
168 내 안에 그대가 있다 홍인숙 2002.12.25 882
167 눈이 내리면 홍인숙 2002.12.25 471
166 당신을 사모합니다 홍인숙 2002.12.25 716
165 높이 뜨는 별 홍인숙 2003.01.01 740
164 내게 남은 날은 홍인숙 2003.01.21 473
163 그대의 빈집 홍인숙 2003.01.21 405
162 첫눈 내리는 밤 홍인숙 2003.01.21 462
161 아버지의 아침 홍인숙 2003.02.13 367
160 사랑의 약속 홍인숙 2003.02.14 4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