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김진학
오염된 죄악들을 하늘에 바친다
양심마다 묻어있던 추악한 모습들이 포승줄에 묶여
줄줄이 나온다
또 다른 가면을 쓴 수많은 내가 고개를 숙인다
엎치락뒤치락 앞뒤 분간 없이 나아닌 다른 내가
내 속에 들어와 잠시 내가 되었다가 진한 흔적을
남기고 흩어지고 있는 시간이다
가려진 나무창살 사이로 십자가를 긋는 신부(神父)의
목소리가 경건하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썩어 흙이 될 몸뚱이가 눈물을 흘린다
하얀 솜털이 된 영혼이
하늘을 난다
* * *
깨달음은 쉽지만 깨달음을 지키기는 힘들다는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는듯
오랜 신앙생활에도 아직 성화(聖化)되어 가는 일에 게으른 나의 모습이 실망스럽다.
매번 성전에서 드리는 기도는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어 자책하던 중에 귀한 시를 만났다.
나는 언제나 내 안에 자리잡은 죄의 속성을 모두 털어낸 하얀 솜털처럼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