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에서
억 천만 번 깨져서도
오히려 견고한 침묵으로
바람보다 낮은 자리를 찾아
바닷가에 나와 앉았다
입김만 스쳐도 부어오르는 살갗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뿐인 이 외로움
순수의 그 속살이 보일 때까지 씻겨진
홀로의 목숨
켜켜로 쌓인 설움을 달래는
물살을 옆에 두고도
목마름으로 타는 대낮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다
이제 무엇이 더 그리우냐
들려다오
들려다오
고운 빛 알로 남기까지
무너져 내리던 생애의 가슴에
불던 바람의 울음 섞인 소리를
들려다오
억 천만 번 깨져서도
오히려 견고한 침묵으로
바람보다 낮은 자리를 찾아
바닷가에 나와 앉은 그 의미를
아직은 아는 이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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