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유감 II
벗고 벗긴 채 떠나간 사람들의
이름만 남고
옛 길을 가로지른 신작로에서
아! 나는 헷갈리며 어지럽구나
시야도 대화도 단절된
눈멀고 귀먹은 땅
저짝건너 이짝건너 불빛 마주했던
집들은 돌아앉고
그 맑은 샘물은 녹슨 양철뚜껑 덮였는데
뛰놀던 대추나무거리는 어디 갔느냐
지금 나는 풀꽃이 되어
풀꽃의 눈물이 되어
고향 길에 풀어 헤운
가슴일레
바람으로 왔다가
울지도 못하고 가는 바람 속
이 어질머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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