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고향
벗고 벗기운 채 떠나간 사람들의
이름만 남고
옛길을 가로지른 신작로에서
아! 나는 헷갈리며 어지럽구나
시야도 대화도 단절된
눈 멀고 귀 먹은 땅
저 짝 건너 이 짝 건너 불빛 마주하던
집들은 돌아 앉고
그 맑은 샘물은 녹쓴 양철뚜껑 덮여 있는데
뛰놀던 우리들의 대추나무거리는
어디 갔느냐
지금 나는 고향 길 풀꽃이 되어
풀꽃의 눈물이 되어
세월 속에 풀어 헤운
가슴일레
울지도 못하는 바람으로 있다가
바람으로 가야 하는
마른 풀잎 뒹구는 낙엽을 안고
서둘러 떠나리라
이 그리운 고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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