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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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평문 나의 문학세계

2016.12.09 06:31

최선호 조회 수:27

 

 

나의 문학세계

 


 

 “나는 시를 짓는 일에 많은 갈등을 느낀다. 시가 나의 우상이 되지 말기를 바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성직의 길을 가는 나에게, 내가 믿는 하나님 외엔 그 어떤 것도 내 안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보니 시를 짓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시보다 믿음을 앞세우고 살기로 작정을 했으니, 더 이상 미련은 갖지 않는다. 다만 내가 받은 영감을 기록으로 남길 뿐이다.”

 

 이상은 〈세계한민족시인선 2000년 시의 축제〉에 필자가 남긴 글입니다. 이런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죽는 날까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잠시도 하나님 곁을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께 글재주가 발탁되었지만, 문학으로 평생을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목회자로 글을 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문학을 지키기보다 믿음을 더욱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학을 제대로 하려면 문학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학을 한답시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매우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한편 대견스러운 기쁨도 느끼고 있습니다. 내 안의 가장 높은 곳에 나의 졸렬한 문학작품을 올려놓기보다는, 지극히 높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모시고 산다는 자부심 때문입니다.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산고(産苦)를 겪습니다. 괴롭고 아프지만 그 속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기도를 합니다. 내가 글을 쓰지만 글의 감동은 하나님께서 내려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때때로 영감(靈感)을 주실 때마다 꼭꼭 메모를 합니다. 기억만으로는 안 됩니다. 한번 잊어버린 영감을 되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메모해 둔 글을 자주 펴봅니다. 그러면서 그 영감에 딸린 제2의 영감을 구하는 기도를 합니다.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는 기쁨을 느낍니다.

 

 완성된 작품이라 해서 금방 밖으로 내보내지 않습니다. 다시 덮어두고 종종 펴 보는 작업을 반복하는 편입니다. 그럴 때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 고치고 자꾸 고쳐도 또 고쳐야 할 부분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치는 작업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내 속에 품고 있게 됩니다. 샛노란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알에서 나오듯이, 내가 쓴 글도 내 품을 떠나는 날이 곧 도래하게 됩니다.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한 생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독자들을 의식하고 쓴 글은 순수문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나의 고백입니다. 남을 의식한 고백이 어찌 순수할 수 있습니까? 나 자신만의 진실이기 때문에, 나를 글에 드러내는 것만으로 다해야 합니다. 더구나 남의 글을 흉내 내려는 태도는 추호도 없습니다. 아예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나이지 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천초목이 태양빛을 받아 결실을 내듯이,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영감을 받아 그 따뜻한 감동을 독자에게 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나님 시집 먼저 만들어 드리고, 나의 시집을 내겠다고 마음먹은 지 12년이 지난 지금, 800여 쪽의 〈시편정해〉를 탈고하여 인쇄기에 올렸습니다. 항상 하나님을 우러르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습니다. 펜 끝은 내 기도의 초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문학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