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6 14:08
5월, 가정의 달에
인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정이다. 부모와 자녀가 한 핏줄로 얽혀 사랑하고 위로하며 화목한 가운데 오늘을 참고 견디며 내일을 향해 행복을 꾸며내는 사랑의 둥우리, 아파하기와 기뻐하기를 함께 하며 인생과 영원을 함께 생각하는 값진 덩어리, 혹시라도 난관에 맞닥뜨리거나 또는 주위가 어지러울 때면 더욱 똘똘 뭉쳐지는 피붙이들, 전쟁이나 사변의 포화에 갇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섰을지라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이 빛나는 단란하고 귀한 희망의 보금자리가 바로 우리들의 가정이다.
그래서 6. 25사변, 1.4후퇴 때 저마다의 가정을 이끌고 피난길에 오르지 않았던가! 이민도 함께 왔고, 혹 역 이민도 함께 가지 않는가! 그런데 이토록 귀한 가정을 파괴하는 요인들이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부싸움,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불신과 몰이해, 그리고 없으면 좋을 이혼까지 빈번하게 등장하여 귀한 가정들이 풍비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혼모 전성시대 도래에 대한 불안, 이런 불행을 더욱 부추기는 경제불황, 술, 마약, 도박, 언어의 장벽, 문화적 갈등 등, 말할 수 없는 갖가지 위험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가지로 이론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겠지만, 우선 바로 나 자신에게 문제가 달려 있다는 생각을 앞세우자. 함부로 나대거나 척하지 말고 한 걸음 아니, 또 한 걸음 밑으로 내려서자. 가족들이 서 있는 위치보다 더 낮은 자리에 서서 하늘로부터 울려오는 미세한 음성을 들어보자. 그리고 모든 문제는 나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고백하자. 이 세상 어디에고 가정의 행복을 론(loan)해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그 열쇠는 바로 내 속에 있을 뿐이다.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라면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허영, 사치, 불신, 흥분, 거짓들을 버리고 우리들의 깊은 심령의 샘에서 뜨거운 진실만을 퍼 올려야 하리라. 그리고 그 진실을 고루고루 나누어주어야 하리라 그러면 이 모든 악적 요인들이 말끔히 가셔지리라.
과거, 우리 조상들도 가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 때는 가정을 지키는 중심을 이해나 사랑에 두기보다는 겉보기나 체면치레에서 찾기에 급급했다. 자녀가 속으로 부모를 무엇으로 생각하든지 겉보기의 효행만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아내나 남편 사이에 서로의 마음가짐이야 어떻든 겉보기의 예의만 차리면 되는 것이다. 가정은 형식이나 체면으로 유지되는 무미건조한 덩어리가 아니다. 핏줄처럼 마음과 마음들이 사랑으로 얽혀야만 따뜻하게 살아 움직이는 보금자리가 되는 것이다. 겉 사람으로 꾸려진 가정과 속사람으로 이룩한 가정은 분명히 그 터가 다르다. 겉보기만으로는 행복의 창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사람 죽이는 장면을 본 일이 있다. 우리 동네에서 마주 바라다 보이는 산허리에 사람들이 모여 구덩이를 파놓고, 어른 한 사람을 생으로 때려 죽여서 그 구덩이에 묻어버린 것이다. 어린애들은 접근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보았지만 죽이려는 사람들과 죽지 않으려고 갖은 몸부림을 다 치며 소리소리 지르는 그 사람 사이의 처절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국 몸부림치던 그 사람은 죽고 말았다. 노모를 구박하고 아내와 자녀들을 못살게 굴어서 동네에서 내어 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번번이 밤중이면 찾아와서 식구들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동네 사람들이 어울려 죽여 버린 것이다.
글쎄다. 이래서 아름다운 가정이 창조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 당시 사람들의 심령의 샘에는 과연 무엇이 괴어 있었는지. 어언 60여 년이 흐른 지금이지만 그때 죽어간 그 사람의 고함을 대변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살려만 주신다면 효자다운 효자, 남편다운 남편,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되겠습니다"라고.
2018.05.02 21:44
2018.05.02 23:21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며 !
걸어가고 걸어온 길은 우리의 속담은 기나긴 자기수행과 같은 그 과정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언제나 연애시절이나 신혼 때와 같은 달콤한 맛을 바라고 있는 남녀에게 우리 속담은 첫사랑 삼년은 개도 산다고 충고하고 있다 사람의 사랑이 개의 사랑과 달라지는 것은 결국 삼년이 지나고 부터인데 열 살 줄은 멋 모르고 살고, 스무 줄은 아기자기하게 살고, 서른 줄은 눈 코 뜰 새 없이 살고, 마흔 줄은 서로 못 버려서 살고, 쉰 줄은 서로가 가여워서 살고, 예순 줄은 서로 고마워서 살고, 일흔 줄은 등 긁어주는 맛에 산다 이렇게 철 모르는 시절부터 남녀가 맺어져 살아가는 인생길을 이처럼 명확하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다가 육십에 들어서 지지고 볶으며 지내며 소 닭 보듯이, 닭 소 보듯이 지나쳐 버리기 일쑤이고 서로가 웬수 같은데 어느날 머리칼이 희끗해진 걸 보니 불현 듯 가여워진다. 그리고 서로 굽은 등을 내보일 때쯤이면 철없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용케 견디어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마워질 것이다 이젠 지상에 머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쭈글쭈글해진 살을 서로 긁어주고 있노라니 팽팽했던 피부로도 알 수 없었던 남녀의 사랑이기보다 평화로운 슬픔이랄까 자비심이랄까 그런 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을 안다.. 육십 대는... 어디를 향해서 붙잡는 이 하나도 없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 시리게 달려가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미친듯이 가슴이 먼저 빗속의 어딘가를 향해서 간다.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온몸엔 소름이 돋고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그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늙어가지만 시간을 초월한 내면의 정신은 새로운 가지처럼 어디론가로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한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되는 나이. 피하에 축적되어 불룩 튀어나온 지방질과 머리 속에 정체되어 새로워지지 않는 낡은 지성은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하고 체념하자니 지나간 날이 너무 허망하고 포기하자니 내 남은 날이 싫다하네 하던 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것을 ...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무른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꿈을 먹고 산다나 추억을 먹고 산다지만 난 싫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난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다. 육십을 <이순>耳順의 나이라고 하던가 그것은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젊은 날 내안의 파도를 그 출렁거림을 잠재우고 싶었기에.... 육십만 넘으면 더 이상의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 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기에. 이제 오십 그리고 육십도 넘어 칠십이 넘으니 한살 한 살 황혼의 세월에 물들어가고 있다 도무지 빛깔도 형체도 알 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 갈수록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한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더없이 푸른 하늘도 회색 빛 높이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도 오육십대를 지나 이제서야 어떤 유혹에든 가장 약한 나이가 칠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도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코 끝의 라일락 향기도 그 모두가 다 내 품어야 할 유혹임을... 끝 없는 내 마음의 반란임을 창가에 서서 홀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이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같이 마시고 싶고 늘 즐겨 듣던 음악도 그 누군가와 함께 듣고 싶어진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사람이 만나고픈.. 그런 나이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싶다 사소한 것 까지도 그리움이 되어 버리고 아쉬움이 되어 버리는 것 결코 어떤 것에도 만족과 머무름으로 남을 수 없는 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이제 나는 꿈을 먹고 사는게 아니라 꿈을 만들면서 사랑을 그리워하면서 내 진심으로 사랑을 하면서 멋을 낼 수 있는 그런 나이로 진정 칠십대를 보내고 싶다. 육칠십대란 흔들리는 바람이고 끝없이 뻗어 오르는 가지이다 이젠 희노애락<喜怒愛樂>의 경지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그리고 인생에 막힘이 없는 나이이다 지금이 정녕 <인생>人生의<황금기> 黃金期" 가 아니겠는가 <좋은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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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80430/89859483/1#csidx48ffa9eea62d3028f96b60eeef45f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