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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5월, 가정의 달에

2018.04.26 14:08

최선호 조회 수:37

 

 

5, 가정의 달에

 

 

 

 인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정이다. 부모와 자녀가 한 핏줄로 얽혀 사랑하고 위로하며 화목한 가운데 오늘을 참고 견디며 내일을 향해 행복을 꾸며내는 사랑의 둥우리, 아파하기와 기뻐하기를 함께 하며 인생과 영원을 함께 생각하는 값진 덩어리, 혹시라도 난관에 맞닥뜨리거나 또는 주위가 어지러울 때면 더욱 똘똘 뭉쳐지는 피붙이들, 전쟁이나 사변의 포화에 갇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섰을지라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같이 빛나는 단란하고 귀한 희망의 보금자리가 바로 우리들의 가정이다.

 

 그래서 6. 25사변, 1.4후퇴 때 저마다의 가정을 이끌고 피난길에 오르지 않았던가! 이민도 함께 왔고, 혹 역 이민도 함께 가지 않는가! 그런데 이토록 귀한 가정을 파괴하는 요인들이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부싸움,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불신과 몰이해, 그리고 없으면 좋을 이혼까지 빈번하게 등장하여 귀한 가정들이 풍비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혼모 전성시대 도래에 대한 불안, 이런 불행을 더욱 부추기는 경제불황, , 마약, 도박, 언어의 장벽, 문화적 갈등 등, 말할 수 없는 갖가지 위험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가지로 이론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겠지만, 우선 바로 나 자신에게 문제가 달려 있다는 생각을 앞세우자. 함부로 나대거나 척하지 말고 한 걸음 아니, 또 한 걸음 밑으로 내려서자. 가족들이 서 있는 위치보다 더 낮은 자리에 서서 하늘로부터 울려오는 미세한 음성을 들어보자. 그리고 모든 문제는 나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고백하자. 이 세상 어디에고 가정의 행복을 론(loan)해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 그 열쇠는 바로 내 속에 있을 뿐이다.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라면 버려야 할 것들이 있다. 허영, 사치, 불신, 흥분, 거짓들을 버리고 우리들의 깊은 심령의 샘에서 뜨거운 진실만을 퍼 올려야 하리라. 그리고 그 진실을 고루고루 나누어주어야 하리라 그러면 이 모든 악적 요인들이 말끔히 가셔지리라.

 

 과거, 우리 조상들도 가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 때는 가정을 지키는 중심을 이해나 사랑에 두기보다는 겉보기나 체면치레에서 찾기에 급급했다. 자녀가 속으로 부모를 무엇으로 생각하든지 겉보기의 효행만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아내나 남편 사이에 서로의 마음가짐이야 어떻든 겉보기의 예의만 차리면 되는 것이다. 가정은 형식이나 체면으로 유지되는 무미건조한 덩어리가 아니다. 핏줄처럼 마음과 마음들이 사랑으로 얽혀야만 따뜻하게 살아 움직이는 보금자리가 되는 것이다. 겉 사람으로 꾸려진 가정과 속사람으로 이룩한 가정은 분명히 그 터가 다르다. 겉보기만으로는 행복의 창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사람 죽이는 장면을 본 일이 있다. 우리 동네에서 마주 바라다 보이는 산허리에 사람들이 모여 구덩이를 파놓고, 어른 한 사람을 생으로 때려 죽여서 그 구덩이에 묻어버린 것이다. 어린애들은 접근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보았지만 죽이려는 사람들과 죽지 않으려고 갖은 몸부림을 다 치며 소리소리 지르는 그 사람 사이의 처절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결국 몸부림치던 그 사람은 죽고 말았다. 노모를 구박하고 아내와 자녀들을 못살게 굴어서 동네에서 내어 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번번이 밤중이면 찾아와서 식구들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동네 사람들이 어울려 죽여 버린 것이다.

 

 글쎄다. 이래서 아름다운 가정이 창조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 당시 사람들의 심령의 샘에는 과연 무엇이 괴어 있었는지. 어언 60여 년이 흐른 지금이지만 그때 죽어간 그 사람의 고함을 대변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살려만 주신다면 효자다운 효자, 남편다운 남편,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되겠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