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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창과 방패

2016.12.15 06:15

최선호 조회 수:61

 

 

창과 방패

 

 

 

 ‘모순’이란, 언어 행동 속에 전후 어긋남이 있어 조리가 맞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 근원은 한비자(韓非子)에서 나왔다.

 옛날 어느 나라에 방패와 창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먼저 방패를 내보이며 ‘이 방패의 튼튼한 것으로 말한다면 어떤 것으로 찔러도 뚫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창을 들어 보이며 ‘이 창끝의 날카로움은 꿰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구경꾼 중에 ‘그렇다면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른다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그 순간 상인의 입이 콱 막혀 버렸다.

 최근 두 한인회는 한쪽에서는 방패를, 또 다른 한쪽에서는 창을 들고 한인들이 보는 가운데 서로 자기의 것이 더 우수하다고 내세우고 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정당도 뚜렷한 정치이념이나 정치철학이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권력만 탐하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상황에 벼슬을 차고 있어 보았자 누가 그를 인정하고 존경할 것인가? 명예가 무엇인지 불명예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저지르는 행위가 이닐까?

 일이 이렇게 되기를 바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조차도 이런 결과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누가 무슨 권리로 한인사회를 갈라놓으려는 일에 앞장서는가? 이것은 분명한 모순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한인회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인회 위상만 희석시킬 뿐이다. 명예는 피하는 자에게 찾아오고 탐하는 사람을 피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더 이상 굳어지기 전에, 사회의 원성이 더욱 높아지기 전에 먼저 자리를 내놓고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는 쪽이야말로 근래에 만나기 어려운 참 명예의 소유자가 될 것이다. (2010. 7. 1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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