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7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었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었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문협월보  <12월의 시>작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2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강민경 2016.10.11 261
991 희망 고문 / 성백군 4 하늘호수 2021.08.10 141
990 흙, 당신이 되고 싶습니다 강민경 2015.10.17 252
989 회귀(回歸) 성백군 2014.03.25 217
988 회개, 생각만 해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03 241
987 황홀한 춤 하늘호수 2016.02.29 190
986 황혼의 바닷가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2.11 232
985 황혼에 핀꽃 강민경 2018.01.04 166
984 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01 372
983 황토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19 122
982 환생 강민경 2015.11.21 219
981 화장하는 새 강민경 2016.06.18 347
980 화장 하던날 1 young kim 2021.02.11 210
979 화려한 빈터 강민경 2016.09.07 263
978 홍시-2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30 163
977 홀로 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06 179
976 호수 위에 뜨는 별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5.28 64
975 혀공의 눈 강민경 2017.05.26 195
974 헤 속 목 /헤속목 1 헤속목 2021.07.31 110
973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2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