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사람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 않던 사람
그 사람이 나더러 감나무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감나무는 아무데서나 자랄 수 있는
감은 씹어야 가만히 울어 나는 단 맛
땡감도 잘근 잘근 씹으면 달작 지근하다
낫선 사람이라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속을 다 뒤집어도 괜찮은 사람
선뜩 자기 자신을 내어 주는
겨울 볕에 하나 매달린 감 같은
겨울을 지나는 객이 먹이가 되라는
까치도 먹고 참새도 먹고
눈서리 맞으며 시린 시간을 견디는 것이라고 하는.
봄철에 감꽃이 떨어지면 감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걸고 하나씩 따먹는 시절도 있었지.
감은 푸근한 우리 큰어머니
이웃집 인심 좋은 아줌마 같은
비 오는 날 우산을 같이 쓰자고 하는 동행 같은 것
설명을 듣고 나니 어깨가 무거워 진다
등에 짐 하나 지고 다니는 것 같아
어찌 그리 살라고 하시나
훌훌 털어 버리고 가볍게 느리게 살고 싶은데
어깨에 멘 감나무 하나
무게로 오면 어찌 해야 하나
햇살 한줌 테불 위를 건너 간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2 | 시 |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 하늘호수 | 2015.07.27 | 285 |
131 | 시 | 알로에의 보은 | 강민경 | 2017.08.11 | 286 |
130 | 시 | 딸아! -교복을 다리며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5.26 | 286 |
129 | 시 | 이국의 추석 달 | 하늘호수 | 2017.10.07 | 287 |
128 | 시 | 언덕 위에 두 나무 | 강민경 | 2015.01.25 | 288 |
127 | 시 | 한 점 바람 | 강민경 | 2015.09.25 | 288 |
126 | 시 | 물의 식욕 | 성백군 | 2013.11.03 | 289 |
125 | 시 | 독감정국 | 하늘호수 | 2017.01.16 | 289 |
124 | 시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 2014.12.30 | 290 |
123 | 시 |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 하늘호수 | 2015.08.30 | 290 |
122 | 시 | 창살 없는 감옥이다 | 강민경 | 2014.05.05 | 291 |
121 | 시 |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1 | 유진왕 | 2021.07.18 | 291 |
120 | 시 | 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 2013.11.02 | 294 |
119 | 시 |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 차신재 | 2015.10.07 | 295 |
118 | 시 | 탄탈로스 산닭 | 강민경 | 2017.12.18 | 295 |
117 | 시 | 빈말이지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1.05 | 295 |
116 | 시 | 담 안의 사과 | 강민경 | 2014.01.17 | 296 |
115 | 시 | 삶의 각도가 | 강민경 | 2016.06.12 | 296 |
114 | 시 | 구름의 속성 | 강민경 | 2017.04.13 | 296 |
» | 시 | 감나무 같은 사람 | 김사빈 | 2014.06.14 | 2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