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6 07:00

복숭아 거시기

조회 수 96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복숭아 거시기 >

 

복숭아 거시기를 어찌 만드냐 하셨소?

 

암, 난 알지

많이 만들어 봤거든

아니,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울 아부지 만드실 제

곁에서 유심히 봐 뒀지

 

광 속에 땅을 한 길 파고는

큰 장독을 목까지 묻어요

뒷 산 복숭아 밭에서

향이 근사하고 단물이 줄줄 흐르는

백도 몇 지게 저다 넣고

설탕을 켜켜 뿌리고 정성스레 덮었소

그건 한 해의 성스러운 예식

 

그 다음은 고난의 시간

몰래 침을 꼴깍꼴깍 삼기면서도

한 달을 버티십디다

울 아부지 용해

 

그래도 울 아버진 절대로

복숭아 거시기라 안 하셨소

그건 몸에 좋은 과일 엑기스

가끔씩 광 속에서 노래 소리가 나고

웃통 벗고 주무셔서 그게 탈이었지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신비한 추억에 웃고

 
  • ?
    독도시인 2021.07.19 14:15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그 신비한 추억에 웃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7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301
886 분노조절장애와 사이코패스 사이에서 하늘호수 2016.05.22 301
885 유튜브 박영숙영의 영상시 박영숙영 2020.01.10 301
884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300
883 오월-임보 오연희 2016.05.01 298
882 별천지 하늘호수 2017.12.12 298
881 그리움의 각도/강민경 강민경 2014.04.22 296
880 손안의 세상 성백군 2014.05.23 296
879 감나무 같은 사람 김사빈 2014.06.14 296
878 몸과 마음의 반려(伴呂) 강민경 2015.06.08 296
877 삶의 각도가 강민경 2016.06.12 295
876 가을비 하늘호수 2017.10.22 294
875 (동영상시) 이별 앞에서 - Before Parting 차신재 2015.10.07 294
874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293
873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292
872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91
871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90
870 구름의 속성 강민경 2017.04.13 290
869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89
868 창살 없는 감옥이다 강민경 2014.05.05 28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