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추를 채우다가
-
단풍 값 / 성백군
-
단풍 낙엽 / 성백군
-
단풍 낙엽 – 2 / 성백군
-
단풍 한 잎, 한 잎
-
단풍든 나무를 보면서
-
단풍은 가을 단풍이라야 단풍이다 / 성백군
-
단풍잎 꼬지 / 성백군
-
단풍잎 예찬 / 성백군
-
달, 그리고 부부
-
달빛 사랑
-
닭 울음소리 / 성백군
-
닭들은 식물이 아니다 / 성백군
-
담 안의 사과
-
담쟁이 그녀/강민경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담쟁이의 겨울
-
당뇨병
-
당신과 약속한 장소 / 필재 김원각
-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