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8 18:59

화장하는 새

조회 수 3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장하는 새/강민경

 

 

짹짹

이른 아침 창 밖을 보는데

털이 부스스한 어린 참새 두 마리

베란다 난간에 앉아

노란 주둥이로

이리저리 자근자근 더듬거리며

깃털을 다듬는다

 

서로서로 화장시켜주고

바로 잡아주는 정겨움을 보다가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서

새들 앞에 부끄러운데

언제 어디서 쫓아 왔는지

새끼들 날개 아래 품고 길고 단단한 부리로

엉킨 깃털을 바로 잡아주는 부산스러움을 보다가

스스로 위로해 본다

 

새나 사람이

제 새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

형제자매에게 소홀했던 마음 가라앉히며

이젠 아이들 다 크고 살림 내보내고 나니

형제자매들 우애 있게 지내라는 부모님 말씀

회상하여 그동안 뜸했든 관계

통화하고 털어내느라

내 입술 화장발이 짙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빗방울 물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4.25 98
69 꽃잎이 흘러갑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02 116
68 4월, 꽃지랄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3.05.09 118
67 삽화가 있는 곳 2 김사빈 2023.05.14 136
66 보훈 정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16 121
65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23 254
64 각자도생(各自圖生)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01 117
63 홀로 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06 177
62 울타리가 머리를 깎았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14 141
61 5월 들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3.06.20 170
60 시간 길들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28 124
59 버리기도 기술입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06 150
58 섞여 화단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12 157
57 주름살 영광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19 111
56 사람 잡는 폭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7.25 134
55 ‘더’와 ‘덜’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1 135
54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8 185
53 위, 아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15 245
52 외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2 205
51 천기누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9 217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