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8 18:04

바닷가 금잔디

조회 수 2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닷가 금잔디/강민경

                                 

 

수직으로 쏟아지는 바닷가

정오의 햇볕을 밟는

내 발걸음

 

파도를 따라가다 저절로 끌려가다

아랫도리에 짠물 조금 티였다고, 놀라

뭍의 금잔디 위에 엉덩이를 맡기는데,

금잔디, 열 받은 듯, 첫 대면이 날카롭다

 

소심한 내게 화가 난 걸까

제 몸 사이사이 파먹은 병충해 같은 모래와

바람 타고 와 호시탐탐 뭍을 넘보는 짠물을

숨죽이며 참아낸 세월의 응어리진 인내와

돌돌 말아 꽉 틀어쥔 잎들, 살기 위해

스스로 개발해낸 가시로

징검돌 같은 푸른 방석을 깔아놓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한다

 

불가마 속 같은

땡볕을 참아내는  

나보다

네가 더 인내심이 강하다는 내 말 한마디가

그리 큰 감동이었을까

금잔디 뾰족한 성깔 다듬으며 나보고

파도를 끌어다 더위를 식히라고

제 몸 타는 줄도 모르고

나를 바닷속으로 떠민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2 강설(降雪) 하늘호수 2016.03.08 173
491 사랑의 흔적 하늘호수 2017.11.18 173
490 사망보고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5.21 173
489 오월 꽃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6.01 173
488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73
487 겨울의 무한 지애 강민경 2015.12.12 174
486 물고기의 외길 삶 강민경 2017.08.03 174
485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백(4)- 작은나무 2019.04.27 174
484 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18 174
483 봄 편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4.17 175
482 숨은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1.18 175
481 전자기기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11 175
480 나에게 기적은 강민경 2020.01.22 175
479 어쨌든 봄날은 간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5.26 175
478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0.10 175
477 틈(1) 강민경 2015.12.19 176
476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정용진 2019.03.02 176
475 미개한 집착 1 유진왕 2021.07.13 176
474 처음 가는 길 1 유진왕 2021.07.26 176
473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6.12.26 177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