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2 22:23

종신(終身)

조회 수 25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7 끝까지 건강하고 행복하려무나 1 유진왕 2021.08.17 88
826 삶이 아깝다 1 유진왕 2021.08.16 134
825 토끼굴 1 file 유진왕 2021.08.16 154
824 코로나 바이러스 1 유진왕 2021.08.15 93
823 누가 너더러 1 file 유진왕 2021.08.15 74
822 동네에 불이 났소 1 file 유진왕 2021.08.12 105
821 국수집 1 file 유진왕 2021.08.12 121
820 국수쟁이들 1 file 유진왕 2021.08.11 101
819 4B 연필로 또박또박 1 유진왕 2021.08.11 143
818 희망 고문 / 성백군 4 하늘호수 2021.08.10 141
817 콜퍼스 크리스티 1 유진왕 2021.08.10 80
816 여한 없이 살자구 2 유진왕 2021.08.10 162
815 지음 1 유진왕 2021.08.09 107
814 이렇게 살 필요는 없지 1 유진왕 2021.08.09 141
813 종아리 맛사지 1 유진왕 2021.08.07 123
812 제기랄 1 유진왕 2021.08.07 143
811 전령 1 file 유진왕 2021.08.06 102
810 윤장로, 건투를 비오 1 file 유진왕 2021.08.06 103
809 물냉면 3 file 유진왕 2021.08.05 111
808 그래도 그기 최고다 1 유진왕 2021.08.05 80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