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7 22:03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조회 수 2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 성백군

 

 

마을 입구 고사(告祀)를 지내던 당산나무는

가지가 많다

먼 산 같은 덩치로 숲을 이루고

몇백 년을 견디며 마을을 지켜온 저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람 불면 몸 추스르고

눈 내리면 허리를 굽신거리다가도

비 오면 고개 들고 햇빛 들면 손 벌리듯 반기는

큰 가지 작은 가지

낮은 자리에 있는 가지, 높은 자리에 있는 가지

 

빼곡하지만 참 잘 자랐다.

얽히지도 설키지도 부딪히지도 않으며

제 자리 지키는 나무 속 가지들

저들 세상에도

이쪽저쪽, 아래위는 있지만

사람처럼 싸우지는 않는다. 비바람에 상한 곳은 있지만

저희끼리 치고받은 흔적은 없다

 

이제는, 마을 수호신도 아니지만

그 자리 내어 주고 노인네들의 사랑방이 되었지만

언제 대접 못 받는다고 주저앉은 적 있던가

잠시라도, 지친 나그네 쉼터 되어주면 족하다는 듯

그늘 밑에

노숙자 몇 자리를 깔고 누워있다

 

   683 - 06202015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6 잡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7.21 209
165 장맛비의 성질/강민경 강민경 2019.10.09 124
164 장미에 대한 연정 강민경 2013.12.26 559
163 재난의 시작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1.31 111
162 저 건너 산에 가을 물드네!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04 193
161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80
160 저 흐느끼는 눈물 - 김원각 泌縡 2020.02.27 69
159 적토(積土)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09 4
158 적폐청산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8.10 109
157 전령 1 file 유진왕 2021.08.06 102
156 전자기기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11 173
155 절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3.24 128
154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79
153 정상은 마음자리 하늘호수 2017.03.05 180
152 정용진 시인의 한시 정용진 2019.05.17 223
151 정월 대보름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2.08 158
150 정월 대보름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8.06 93
149 정월 대보름 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3.05 67
148 제기랄 1 유진왕 2021.08.07 143
147 조각 빛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4.01.30 123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