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30 18:49

빛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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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공연 / 성백군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산골짜기 숲은

빛의 공연장입니다

 

빽빽한 나뭇잎은 초록 무대

무대가 뒤집힐 때마다 반짝이는 햇빛은 배우,

하늘에서 내려온 빛의 천사가

흰옷을 입고 사뿐 거리며 까치발로 춤을 춥니다

말 한마디 없는 무언극이지만 메시지는 만발

그래서 더욱 내 마음 자유롭게 백지 위를 뛰어다니며

읽고 쓰고 가사를 적습니다

 

이제는 곡을 붙여야겠지요

잎사귀 사이로 새어 나오는 물소리 따라

산비탈 내려가다 보면 개울이 있지요

햇살이

흐르는 물속에 꽂혀 너울너울

나비인지, 가재인지, 피라미인지 ---,

몰라도 괜찮습니다

빛의 지문이 돌 틈에서 돌돌 말리며 내는 자연의 소리에

어느새 음표가 붙고

눈도 귀도 저절로 열리는 뮤지컬이 됩니다

 

한나절 잘 놀다 왔습니다

눈도 씻고, 귀도 씻고, 마음도 씻고

적당히 피곤한 몸 침상에 누웠더니

온몸에 묻어 따라온 숲 속 공연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초록 샘이 되어

볕뉘처럼 아른거리고 이명처럼 달라붙어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감상에 젖게 합니다

아마도 오늘 밤은 시와 만나느라

꼬박 밤을 새울 것 같습니다

 


  1. 빛의 공연

  2. 면벽(面壁)

  3. 안개꽃 연정

  4. 당신은 나의 꽃/강민경

  5. 그대와 함께 / 필재 김원각

  6. 건투를 비네

  7. 방파제

  8. 바닷가 금잔디

  9. H2O / 성백군

  10. 어머니의 향기

  11. 플루메리아 낙화

  12. 작은 꽃

  13. 너무 예뻐

  14. 당신은 내 심장이잖아

  15. 그리움이 쌓여

  16. 빛의 얼룩

  17. 살아 있음에

  18.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19. 노숙자

  20.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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