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93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8 | 시 | 풍성한 불경기 | 강민경 | 2015.04.10 | 227 |
117 | 시 | 초고속 사랑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4.10 | 183 |
116 | 시 |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 강민경 | 2015.04.05 | 404 |
115 | 시 | 분수대가 나에게/강민경 | 강민경 | 2015.03.31 | 325 |
114 | 시 | 무명 꽃/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3.27 | 355 |
113 | 시 | 당신이 나를 안다고요/강민경 | 강민경 | 2015.03.26 | 337 |
112 | 시 | 복숭아꽃/정용진 | 정용진 | 2015.03.24 | 232 |
111 | 시 | 바람의 필법/강민경 | 강민경 | 2015.03.15 | 362 |
110 | 시 | 당신의 소신대로 | 강민경 | 2015.03.15 | 252 |
109 | 시 | 날 붙들어? 어쩌라고? | 강민경 | 2015.03.15 | 275 |
108 | 시 | 나비의 변명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5.03.15 | 257 |
107 | 시 | 초록만발/유봉희 1 | 오연희 | 2015.03.15 | 212 |
106 | 시 | 연가(戀歌.2/.秀峯 鄭用眞 | 정용진 | 2015.03.07 | 173 |
105 | 시 | 봄비.2 1 | 정용진 | 2015.03.07 | 155 |
104 | 시 | 낙화.2 | 정용진 | 2015.03.05 | 220 |
103 | 시 | 분수대에서 | 성백군 | 2015.02.25 | 220 |
102 | 시 | 비빔밥 2 | 성백군 | 2015.02.25 | 252 |
101 | 시 | 언덕 위에 두 나무 | 강민경 | 2015.01.25 | 292 |
100 | 시 | 슬픈 인심 | 성백군 | 2015.01.22 | 203 |
» | 시 |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 2014.12.30 | 2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