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7 08:07

제기랄

조회 수 143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제기랄 >

 

 

칠십 네 살짜리, 아직 늙지도 못한 사람이

엊그제 그냥 맥없이 떠났소

숨을 안 쉬더라구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구

 

어려서 부모 따라 월남 해서는

구두닥이에 신문 팔이에

시대의 설움 온통 혼자 짊어지고

여기저기 헤집고 살다가

바다를 건넜다누만

어차피 바닥 인생, 밑질 것도 없고

 

악착같이 살은 덕에

학위 따고 교수도 되고

사람도 모이고 돈도 모이고

남부럽지 않은듯 했는데

 

허리 필 무렵 어느 날

의례히 그 공식처럼

병이 찾고, 우리 집을 찾고

그래서 내게 왔더이다

 

회복되면 뭐 하고싶냐니까

제일 먼저, 짜장면 집에 가고

그 담엔 바다 낚시를 가련다고

꿈에 그리던 소원이래, 그게

 

그래서 내가 데려가마 약속했지, 철석같이

유월에 가자 했는데

글쎄, 그 젊은 사람이 갑자기 

숨을 안 쉬어, 바보같이

 

사실은, ‘멍청하게’라고 해도

난 성이 안풀리네

언어가 순화되지 못했다는 둥 주절거리면

당신은 뭘 쌩판 모르는 사람이고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 ?
    독도시인 2021.08.08 12:50
    내 말은
    열심히 다니자구, 신나게 놀자구
    후회하지 않게시리
    짜장면 집도 가고, 바다도 가고, 제기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9 비명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구나 / 김원각 泌縡 2020.12.05 205
668 독도의용수비대원 33인의 아버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17 205
667 소화불량 / 성배군 하늘호수 2023.02.21 205
666 외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22 205
665 설중매(雪中梅) 성백군 2014.03.15 204
664 얼룩의 초상(肖像) 성백군 2014.09.11 204
663 10월의 제단(祭檀) 성백군 2014.11.07 204
662 세상아, 걱정하지 말라 강민경 2017.10.01 204
661 졸업식은 오월의 함성 강민경 2018.05.18 204
660 밀국수/ 김원각 泌縡 2020.07.21 204
659 지상에 내려온 별 강민경 2014.04.03 203
658 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강민경 2018.07.09 203
657 꽁지 없는 푸른 도마뱀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7 203
656 물속 풍경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2.12 203
655 촛불 강민경 2014.12.01 202
654 그의 다리는 박성춘 2015.06.15 202
653 여름 보내기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7.08.30 202
652 봄의 꽃을 바라보며 강민경 2018.05.02 202
651 기회 작은나무 2019.06.22 202
650 맛 없는 말 강민경 2014.06.26 201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