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1 12:27

숲 속 이야기

조회 수 1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숲 속 이야기 / 성백군

 

 

마키키 등산로 초입

삐비, 3월에 왔을 때는

무릎에서 알짱거리더니

6월에 다시 와 보니 훌쩍, 내 키보다 커

어깨 위에서 건들거린다

 

그동안

나는 이만큼 컸는데

당신은 어디서 무얼 했느냐며

오랜만에 작심하고 산길 오르는 늙은이에게

갓길로 나와 얼굴에다 대고 비빈다

시비를 거는 건지, 반기는 건지

 

보다 못한 골바람

나 대신

저 새파란 풀, 버릇을 고치겠다며

쏴아 쏴아

삐비의 허리를 꺾으며 소리를 지른다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시원한데,

 

산새들 뛰쳐나와

눈알을 부라리며 쫑알거리고

낮잠 자다 선잠 깬 산닭 저도 한몫하겠다며

사연도 알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한낮의 해가 놀라 돌아보기까지 홰를 치고

촐랑촐랑, 늙은이 섭한 심사(心思)를 달랜답시고

제멋에 흐르며 깝죽거리는 개울물,

 

저것들이 다

시비든, 아양이든, 사랑이든, 질투든,

무엇이 되었든지 숲 속 이야기라,

나는 좋아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8 결실의 가을이 강민경 2016.11.01 146
277 시끄러운 마음 소리 강민경 2016.10.28 266
276 날마다 희망 하늘호수 2016.10.27 132
275 구로동 재래시장 매미들 2 하늘호수 2016.10.20 319
274 물에 길을 묻다 강민경 2016.10.20 240
273 희망을 품어야 싹을 틔운다 강민경 2016.10.11 277
272 멸치를 볶다가 하늘호수 2016.10.10 346
271 달, 그리고 부부 하늘호수 2016.10.02 261
270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강민경 2016.10.01 257
269 近作 詩抄 2題 son,yongsang 2016.09.30 287
268 꽃 속에 왕벌 하늘호수 2016.09.28 225
267 생각은 힘이 있다 강민경 2016.09.25 159
266 철새 떼처럼 강민경 2016.09.19 175
265 2 하늘호수 2016.09.17 327
264 화려한 빈터 강민경 2016.09.07 282
263 들꽃 선생님 하늘호수 2016.09.07 238
262 새들도 방황을 강민경 2016.08.24 280
261 구름의 득도 하늘호수 2016.08.24 190
260 시 어 詩 語 -- 채영선 채영선 2016.08.19 142
259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63
Board Pagination Prev 1 ...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