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9 09:17

황토물 / 성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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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물 / 성백군

 

 

집 앞 개천이

시뻘겋게 넘실거린다

목욕물, 산의 배설물, 흙의 상처를 씻어내는 소독물인가

 

며칠째 비 와서

봄장마가 왜 이리 길어하면서

하늘을 원망하고 자연을 폄하했는데

 

미안하구나

내 입장만 생각해서

이제, 그동안의 네 수고를 알았으니

언제쯤 맑은 물을 볼 수 있겠니?

 

입으로만 말고

먼저 몸으로 해 보란다

물가에 널브러진

비닐봉지, 찌그러진 깡통, 나무토막, 등

쓰레기 청소부터 해 보시란다

 

주변이 깨끗해야

몸도 마음도 치유된다고

넘실넘실 집 앞 개천 황토물에서

자연의 호소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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