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1 12:27

숲 속 이야기

조회 수 12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숲 속 이야기 / 성백군

 

 

마키키 등산로 초입

삐비, 3월에 왔을 때는

무릎에서 알짱거리더니

6월에 다시 와 보니 훌쩍, 내 키보다 커

어깨 위에서 건들거린다

 

그동안

나는 이만큼 컸는데

당신은 어디서 무얼 했느냐며

오랜만에 작심하고 산길 오르는 늙은이에게

갓길로 나와 얼굴에다 대고 비빈다

시비를 거는 건지, 반기는 건지

 

보다 못한 골바람

나 대신

저 새파란 풀, 버릇을 고치겠다며

쏴아 쏴아

삐비의 허리를 꺾으며 소리를 지른다

 

나는 괜찮은데, 오히려 시원한데,

 

산새들 뛰쳐나와

눈알을 부라리며 쫑알거리고

낮잠 자다 선잠 깬 산닭 저도 한몫하겠다며

사연도 알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한낮의 해가 놀라 돌아보기까지 홰를 치고

촐랑촐랑, 늙은이 섭한 심사(心思)를 달랜답시고

제멋에 흐르며 깝죽거리는 개울물,

 

저것들이 다

시비든, 아양이든, 사랑이든, 질투든,

무엇이 되었든지 숲 속 이야기라,

나는 좋아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9 노숙자의 봄 바다 강민경 2018.04.11 228
668 노을처럼 허공을 휘감으리라 - 김원각 泌縡 2020.08.16 125
667 누가 너더러 1 file 유진왕 2021.08.15 74
666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강민경 2015.04.05 393
665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고백(4)- 작은나무 2019.04.27 173
664 눈 감아라, 가로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3.11 173
663 눈 꽃, 사람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19 83
662 눈[目]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3.31 138
661 눈높이대로 강민경 2016.02.16 191
660 늙은 등 / 성백군 하늘호수 2023.11.14 172
659 늦가을 땡감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2.22 140
658 늦가을 빗길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11.08 556
657 늦가을 억새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08 181
656 늦가을 잎 , 바람과 춤을 강민경 2019.10.25 130
655 늦깎이 1 유진왕 2021.07.29 118
654 님께서 멀리 떠날까 봐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16 107
653 다시 돌아온 새 강민경 2015.09.26 115
652 다시 찾게 하는 나의 바다여 - 김원각 泌縡 2020.05.25 116
651 다이아몬드 헤드에 비가 온다 강민경 2019.05.04 69
650 단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7.05 235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