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16:00

어둠 속 날선 빛

조회 수 1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1 그거면 되는데 1 유진왕 2021.07.20 217
710 2021년 12월의 문턱에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21 217
709 마지막 기도 유진왕 2022.04.08 217
708 등외품 성백군 2014.01.06 216
707 풍성한 불경기 강민경 2015.04.10 216
706 개여 짖으라 강민경 2016.07.27 216
705 행복하다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11 216
704 신선이 따로 있나 1 유진왕 2021.07.21 216
703 잃어버린 밤하늘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25 216
702 낙화.2 정용진 2015.03.05 215
701 내 몸에 단풍 하늘호수 2016.06.06 215
700 두개의 그림자 강민경 2017.09.16 215
699 사랑의 미로/강민경 강민경 2019.01.07 215
698 이상기온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23 215
697 꽃 속에 왕벌 하늘호수 2016.09.28 214
696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14
695 잡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7.21 214
694 12월이 기억하는 첫사랑 강민경 2015.12.06 213
693 겨울 문턱에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2.03 213
692 가시도 비켜선다/강민경 강민경 2018.07.09 212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