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1 13:26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조회 수 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집.jpg

 

아버지의 새집 / 천숙녀

흰 차일이 산허리를 덮었다

여든 여섯

그리도 꿋꿋하시던 생애

흙덩이에 덥혀 답답해 어찌 하실까

차곡차곡 겹쌓은 나날

기쁨과 노여움과 흐리고 맑은 모든 것

붉은 천 쪼가리의 명정銘旌 한 장에

영양潁陽 千公 鎬子 昶子

이렇게 묻힘으로 끝이라니

침구철학인鍼灸哲學人의 불꽃이던 삶

눈물바다의 일엽편주一葉片舟 아니면

구름 꽃길 가시느라 꽃가마 타신 걸까

큼지막하게 참을 인자를 쓰셔

벽에 붙여주시곤 성큼성큼 돌아서 가신 아버지

참을 인자 획 하나에 배어있는 혈맥血脈

끓어오르는 부정父情의 깊은 샘물

우물가를 휘덮은 하얀 천의 차일

그 끝자락 휘감는 바람이 아프다

부디 새집에 드신 아버지로부터

이제는 참 편안 하구나라는 편지가

곧 올 것만 같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 단풍 낙엽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9.07.16 352
47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54
46 당신은 시를 쓰십시오-김영문 file 오연희 2016.02.05 356
45 자유시와 정형시 하늘호수 2015.12.23 359
44 수족관의 돌고래 강민경 2015.07.15 361
43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65
42 문자 보내기 강민경 2014.02.03 365
41 한낮의 정사 성백군 2014.08.24 368
40 황혼 결혼식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01 370
39 아기 예수 나심/박두진 file 오연희 2016.12.23 371
38 숲 속에 볕뉘 강민경 2015.10.01 373
37 7월의 숲 하늘호수 2015.07.22 375
36 결혼반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20 378
35 몽돌과 파도 성백군 2014.02.22 379
34 (동영상시) 새해를 열며 2 차신재 2017.02.23 381
33 부부시인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13 384
32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강민경 2015.04.05 393
31 여인은 실 끊어진 연이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03 394
30 (동영상 시) 내 잔이 넘치나이다 My Cup Runneth Over! 동영상시 2 차신재 2016.07.28 405
29 오디 상자 앞에서 강민경 2014.06.15 410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