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4 20:51

노숙자

조회 수 2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7 너만 놀랬느냐 나도 놀랬다 강민경 2016.01.09 139
786 설국(雪國) 하늘호수 2016.01.10 231
785 첫눈 강민경 2016.01.19 97
784 달빛 사랑 하늘호수 2016.01.20 128
783 미리준비하지 않으면 강민경 2016.01.26 221
782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이채 오연희 2016.02.01 623
781 당신은 시를 쓰십시오-김영문 file 오연희 2016.02.05 356
780 거룩한 부자 하늘호수 2016.02.08 125
779 담쟁이의 겨울 강민경 2016.02.08 143
778 눈높이대로 강민경 2016.02.16 191
777 2월 하늘호수 2016.02.24 156
776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차신재 2016.02.25 1954
775 살아 있음에 강민경 2016.02.26 241
774 황홀한 춤 하늘호수 2016.02.29 186
773 봄날의 충격 강민경 2016.03.04 195
772 강설(降雪) 하늘호수 2016.03.08 171
771 3월-목필균 오연희 2016.03.09 456
770 무슨 할 말을 잊었기에 강민경 2016.03.11 194
769 3월은, 3월에는 하늘호수 2016.03.17 141
768 아침의 여운(餘韻)에 강민경 2016.03.19 208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50 Next
/ 50